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닮녀 Nov 04. 2022

같은 낙엽, 다른 느낌

평소에는 아이들이 하교하는 오후 시간에 아파트 단지를 걸어 다닌다. 오전 시간에는 일을 하기 위해 주차장에 가는 것이 거의 전부다. 가을이 오고 나서 이른 아침에는 밖으로 나가 걸을 일이 별로 없었다. 오늘은 녹색어머니 봉사를 하는 날이라 8시 즈음 집을 나서서 단지를 걸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쓱쓱 싹싹'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었다. 부지런히 낙엽을 쓸어 담고 계셨다. 학교로 가기 위해 몇 발짝을 더 옮기자 또 다른 분이 열심히 비질을 하고 계셨다. 차가운 공기가 손가락과 목덜미를 감싸며 잽잽훅을 날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정한 리듬을 타며 빗자루가 왔다 갔다 했다. 거의 학교에 다다랐을 때 즘에는 휘날리는 낙엽을 정리하느라 바쁜 빗자루 대신 낙엽이 곱게 담긴 포대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이면 낙엽을 정리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보도블록에 떨어진 낙엽들도 요 며칠 사이에는 부쩍 많아진 듯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에는 깨끗해져 있었고, 사람들이 편히 걸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다. 낙엽을 헤치며 걷지 않아도 되었고,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아도 될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게 누군가가 정리해 준 거라니 갑자기 미안하고 고마움 마음이 들었다. 내게는 너무 아름다운 단풍인데, 낭만 있는 낙엽인데,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를 치우는 일,  경찰관이 밤에 출동을 하는 일, 소방관이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일을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밥벌이를 위해 하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일이라고. 설령 그게 자신의 생업을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마땅히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그분들 덕분에 깨끗한 도로를 활보하고, 안전한 귀갓길을 누리고, 안심하고 삶을 누리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로 무장한 바람이 나무 끝에 매달려 있는 작은 잎들에게 세차게 손짓하는 요즘. 한겨울이 되어 노랗게 바랜 잎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매일매일 낙엽 쓸어 담는 일을 누군가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그 궂은일을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아이들과 향긋하고도 맛있는 소리가 나는 낙엽을 만끽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생애 최후의 날 당신은 무엇을 먹을 건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