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을 시작으로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친한 친구들끼리 하나의 일기장에 번갈아가며 글을 쓰고 주고받는 형태였습니다.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쓰기도 하고, 엄마에게 꾸중을 들어 속상한 마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풋풋한 고민거리, 학교 선생님의 뒷담화 등 시시콜콜한 내용이 일기장을 차곡차곡 메꾸었습니다. 교환일기는 그 시절 우정을 돈독히 해나가는 소중한 매개체였습니다.
저는 여러 친구들과 쓰기도 하고 한 친구와 쓰기도 했는데요, 특히 P양과는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교환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P양과 주고받은 일기장은 저의 질풍노도의 시절이 고스란히 기록된 사진첩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시험 기간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오래전 교환 일기장을 다시 읽으며 키득 기득 웃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공부하느라 과부하된 뇌의 스위치를 내려 주었으니까요. 또 P양과 사소한 다툼이 있던 날에는 괜스레 옛 일기장을 꺼내 들었어요. '그래, 우리가 그런 일도 있었지, 그때도 다투었는데, P양이 먼저 사과하기도 했구나, 이번엔 내가 먼저 해볼까?' 추억의 페이지를 넘기며 상처 받은 나를 스스로 위로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마음을 담은 글을 새로이 끄적이기도 했습니다.
비록 중학생이 끝나며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동네에 살게 되면서 친구와의 우정은 끝이 났습니다. 연락이 끊겨 버렸거든요,,,,(당시 저는 핸드폰이 없었으니까요. 너무 옛날 사람인가요?)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의 빛바랜 일기장은 14살 꿈 많던 소녀들이 만나도록 해줍니다. 시집오며 친정에 두고 온 일기장, 몇 년 전 엄마가 모두 정리하시는 바람에 이제는 영영 볼 수 없는 유실물이 되고 말았지만, 그때부터 기록의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좋은 이유,
바로 나의 역사를써내려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사시대에도 기록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순간을 공유할 뿐 금세 사라지고 말지요,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는 불완전하니까요, 때문에 동굴이나 바위에 그림을 그려 소통하고 자신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것이 기록의 시작입니다.
사람의 기억력은 단순 기억은 20분 이내에 잊어버리고, 단지 50%만 남고, 이틀 뒤에는 30%만 남습니다. 이마저도 반복하지 않으면 금방 잊습니다. 논리적인 기억도 2시간 이내에 사라집니다. 하지만, 어떤 실마리를 잡으면 쉽게 회상할 수 있습니다. 짧게라도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는 글을 써놓는다면, 나를 관통한 몇 가지 키워드 만이라도 저장해 놓는 다면 쉽게 회상할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내가 걸어온 길, 순간 머물렀던 장면, 오래 바라 본 찰나를 기록하세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한 문단이라도 아니 한 문장, 한 단어라도 그때의 순간을 남겨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