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할까? 말까?
바야흐로 겨울이구나. 부쩍 추워진 날씨를 맞이하여 아울렛에 들른 김에 아이들 잠옷을 보러 갔다. 수요일마다 행사를 하는 E사의 아울렛. 오늘이 수요일이었다. '오늘만 반값 행사!' 뭐 오늘만?? 나는 요렇게 저렇게 만져보다가 결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태껏 보았던 수면 잠옷은 두꺼워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잘 입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새로 나온 수면 잠옷은 두께는 얇은데 윤기가 촤르르 흐르며 따뜻한 느낌이었다. 내 것도 하나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사실 수면 잠옷이 두꺼워 불편해 안 산 것도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늘 패스를 했었다. 그런데 반값이라니, 더구나 재질도 두께도 마음에 들고, 안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나는 두 살 터울의 남매에게 늘 비슷한 무드의 옷을 입히는 걸 좋아했다. 평소에는 상관없이 입더라도 여행을 갈 때면 같은 톤의 옷을 매치했다. 사진 찍어놓으면 꼭 커플룩 같은 느낌으로. 내복은 당연히 늘 세트였다. 성별이 다르다 보니 큰 아이는 빨간색, 작은 아이는 파란색으로 모양은 같지만 색깔이 다른 옷을 입히곤 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4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동생과 커플로 입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솔직히 그 말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밖에서 입는 옷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내복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 나는 아이의 말에도 여러 번 커플 내복을 사곤 했다. 남매 커플룩은 엄마에게는 엄청난 행복이었으므로.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수면 잠옷은 딱 하나의 디자인밖에 없어, 뜻하지 않게(?) 커플 템이 되고 말았다.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에게 잠옷을 내밀자 아이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변했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머리 위로 스팀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가격과 재질과 모양과 기능이 가장 좋아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었으며, 눈곱만큼도 커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쉴새없이 둘러댔다. 아이는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더라도 다시는 커플템을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정말 마지막으로, 정말이지 이번만 특별히 입겠으나 추후에는 어떤 논리에도(가격과 재질과 모양과 기능 등) 커플 잠옷은 입지 않을 거라 못 박았다.
예쁜 잠옷을 입고 나란히 서있던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는데, 그걸 보는 게 엄마의 행복이었는데. 이제 십 대가 되어 자신은 독립적인 존재라고 힘주어 말하는 큰아이가 조금 야속했다. 반면 작은아이는 부들부들 재질에 누나와 커플잠옷이라 더 좋다며 잠옷을 입고 학원에라도 갈 기세였다.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아이들이 학원으로 떠났다. 새로 산 잠옷의 가격표를 떼며 잠옷을 보니 펼쳐보니 이제 거의 내가 입어도 될 만큼 사이즈가 커졌다. 그래, 아이는 여전히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던 아기가 아니었다. 몸이 큰 만큼 머리도 마음도 쑥쑥 자라고 있었다. 엄마가 소장한 인형처럼 가져다주는 옷만 받아 입는 아이가 '착하다'라는 평가를 듣는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아이가 '효녀'라며 칭찬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는 독립적인 존재다. 자신의 생각이 있고, 이것을 표현하고 말할 줄 안다. 이제 예전의 나의 보호 아래에만 있던, 자신의 의사를 밝힐 줄 모르는 갓난아기가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커플템을 입혀 놓은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고 예쁜 건 사실이지만, 아이가 그렇게 싫어한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의 뜻도 존중해줘야 했다. 아이는 우리 가족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저 커플템이 싫은 거였는데, 나는 괜한 의미를 연결하며 아이에게 억지논리를 강요하고 있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더 성장할 수 없도록 나의 갑옷에 꾹꾹 눌러 놓았던 것이다. 아이의 뜻만 존중하고, 무엇이든 자신의 의견만 펼치게 하는 것이 좋은 부모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주체성을 가지고 의견을 말하고 행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것이 좋은 부모가 아닐까? 커플템을 포기하는 건 여전히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다음번에는 꼭 다른 잠옷으로 다른 옷으로 사주리라 애써 다짐을 해본다. 어디 부모 되기가 쉬운가. 이렇게 나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거겠지.
자식에게 매달리지 않고, 감정 이입하지 않고, 독립적인 부모가 되기 위해서
커... 플템을 포... 기.... 합니다(라고 말할까요 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