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통한다

평생 잊지 못할 강의 후기

by 책닮녀

오늘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하반기 정규강좌 중 '그림책으로 치유하는 글쓰기' 마지막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난주 수업을 마치며 마지막 시간에 쫑파티를 하자는 한 선생님의 말씀에 오늘은 따뜻한 물과 차와 과자와 귤을 챙겨 출근을 했습니다. 쫑파티를 할 생각에 설레어서(코로나로 인해 얼마만인지요) 수업 자료가 든 USB도 놓고 올 뻔했지 뭡니까. 다행히 마지막에 생각나서 챙겨 나왔지요. 여느 때처럼 한 시간 동안 그림책을 함께 보고 생각을 공유하고 글을 썼습니다. 마지막 시간이니만큼 특별한 글을 썼는데요. 오늘은 글을 공개하지 않고 10년 후에 만나서 함께 글을 나누자며 우스갯소리를 건넸습니다. 다들 농담인 듯하셨지만, 진짜 10년 뒤에 밴드에 올려야지 하고 마음먹었답니다. (기다리세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 잘은 모르는 사이, 오늘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을 나서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사이, 시절 인연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래서 더 정겹고 더 터놓고 말하며 더 마음을 내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어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죽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를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답니다.



한 시간의 강의를 마무리하고 책상을 옹기종기 모아 모두 빙 둘러앉았습니다. 수강생 분들 대부분이 본캐는 엄마라 음식 이야기, 육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글쓰기 수업의 정예 멤버들 답게 나 자신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갔어요.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영화까지 공유했지요. 동네 엄마들에게 이 노래 정말 좋아, 이 책 정말 좋아라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저는, 그래서 이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졌답니다. 꼭 찾아보고 추천해주신 마음까지 즐기려 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포옹과 사진을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또 만나자는 찬란한 빛을 내는 인사를 건네며 다음을 기약했어요. 선생님들과 헤어지는 건 무척이나 아쉽지만, 한 학기 동안 기획했던 수업이 별일 없이 끝을 맺었다는 건 엄청 기쁜 일이지요. 강사로서 개운함과 뿌듯함과 홀가분함에 환호가 살짝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반은 무겁게 반은 가볍게, 섭섭하면서도 후련한 감정으로 집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선생님들께 받은 후기를 얼른 꺼내보았습니다. 운전하는 내내 궁금했거든요.




"화요일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편하게 강의를 해주셔서 들으며 참 편안했어요."
"선생님께서 칭찬을 구체적으로 맛깔나게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없던 자존감도 뿜 뿜 생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수업 자체가 편안함을 준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커리큘럼이 모두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이것도 인연이었을 텐데, 좋은 시간을 갖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강사님의 차분한 진행 덕에 글쓰기의 과정이 순조로웠다고 생각합니다."
"강사님의 강좌라면 다른 분야라도 참여하겠습니다."

-익명인 듯 익명 아닌 익명으로 작성한 강좌후기


쏟아지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걸까? 마치 드라마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좌절과 시련의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 바로 직전의 장면은 더 과장된 행복함을 보여주려 하잖아요. 정말이지 달콤하고 땀이 날 만큼 따뜻했습니다. 이 행복이 사라질까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글을 읽고 또 읽었답니다.


11주 동안 제가 가진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요. 그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 뭉클했습니다. '그래, 이 맛에 강의를 하지, 진심은 역시 통하는구나'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리고 더 깊이 고개를 숙이게 되었어요.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이 마음 잊지 않을게요. 내년의 도서관 강좌 계획은 아직 미지수지만(내년에 꼭 또 해달라는 말을 계속해주셨거든요^^ 도서관 담당자들 보고 계신가요!) 마음이 닿는다면 어디에서라도 만날 테니까요. 반드시요. 그때 받은 만큼, 아니 더 많이 정성을 돌려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도서관 강의에 오시는 분들께, 자신을 말하고 알리고 표현할 기회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저의 진심을 알아봐 주시고 편하게 느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11주 동안 부지런히 글을 써준 선생님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알아차리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10년 뒤에 알죠?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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