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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18. 2022

그럼에도 책을 만드는 이유

책을 만든다는 건, 그것도 혼자 책을 만든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제는 우연히 한 출판사의 대표님과 만남을 갖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로는 5분, 걸어서도 3,40분이면 닿을 거리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만나서 차 한잔 하자는 대표님의 말씀이 어찌나 반갑던지 '아싸'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까. 그것도 동네에서의 급 번개라니. 어색한 마음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기에 용기를 내어 얼굴을 마주했다.



처음 뵙는 사이였지만 대표님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우리 이모와 비슷한 나이셨는데 전혀 거리감 없이 허물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동년배의 동네 아는 엄마도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데 신기했다. 주로 나는 묻고 듣는 쪽이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내가 글을 쓴, 곧 출간 예정인 책도 1인 출판사에서 출간할 예정이라 그동안 보아 오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여쭈었다. 1인 기업가, 독립 출판사라는 거창한 네이밍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며 혼자 책을 만든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곤 했었다. 그 고충이 어떨지 현실은 어떠할지 여쭈었더니 허심탄회하게 대답해 주셨다.



책 시장은 정말이지 매년 기록을 경신 중이라고. 단군이래 최악의 성적, 그리고 다가올 한 해는 단군이래 최고의 불황일 거라고 늘 예상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정말이지 한 권의 책을 살까 말까라고.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나니, 나는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사고, 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그 불황 갱신의 주된 공여자였던 적이 있었다. 일 년에 한 권 책도 사지 않던, 책 선물을 받는 것조차 싫어하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두루뭉술하게 합쳐져 있는 글 더미가 뾰족하고 자신만의 색을 입은 한 권의 책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험난하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그러면서 거대한 자본이 드는 골치 아픈 복합 문제 덩어리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기에 어떤 의미가 책 속에 장착된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책이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아무리 허접하고 대충 만들었다 하더라도 건질만한 문장 하나쯤은 있다 여겨 모든 책이 쓸모있다 여긴다. 그러니 어떤 책이라도 집어 들면 좋겠다. 그리고 직접 구매하여 보기를 권해본다. 책을 사서 본다면 그 책의 의미를 찾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왜냐면?? 돈을 지불했으니 눈에 불을 켜고 가치를 찾게 마련이므로. 2023년에는 부디 2022년보다는 나은 불황, 2024년에는 2023년보다는 나은 불황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매년 더 나은 불황으로 단군이래 최고의 호황이라는 꿈같은 이야기가 들리면 좋겠다.



나는 대표님께 어려운 출판업계의 현실이야기를 들으며 한 가지 더 질문을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드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대표님은 반드시 판매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원고를 만났지만, 판매에는 취약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신다고 하셨다. '과연, 이 원고가 다른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판되는 걸 눈뜨고 볼 수 있냐? 없냐?' 놓쳐도 후회하지 않겠냐라고 묻는 거였다. 판매 성적이 뛰어날 만한 소재가 아니더라도,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는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결이 같다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설령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진짜 판매에 부진하더라도 전혀 속상한 마음이나 후회는 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도 함께 책을 만드는 대표님께 여쭈었을 때 비슷한 대답을 하셨던 것 같다. 나의 따뜻한 이야기가 놓치고 싶지 않아 덥석 손을 잡았었다고. 오히려 자신을 선택해주어서 감사하다고. 



그러고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거였다. 좋은 원고라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라서, 담고 싶은 의미가 있어서,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어서 그래서 책을 만드는 거였다. '혼자 책을 만든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에만 집중했던 나에게, '혼자 책을 만드는 게 때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를 만나서 반갑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행복한 일을 하는 1인 출판사가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1인 출판사의 특별한 삶의 의미를 나란히 하는 책도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아울러 그런 책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옆에 두며 특별한 의미를 찾아낼 줄 아는 독자들도 많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음 그러니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요

책을 돈 주고 사봅시다라는 뭐 그런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내년에 나올 제 책도 꼭 사주십사.

하하  책도 안 나왔는데 홍보부터 해 보았습니다.

선 홍보, 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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