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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19. 2022

고속버스와 인생

이동수단에 변화를 주세요. 그리고 느껴보세요.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탔다. 수도권에서 일하며 부산에 있는 엄마 집에 갈 때에도 주로 기차를 이용하던 나에게 버스는 불편한  이동수단이었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더욱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는 이동수단이었다. 집에서 십분 거리에 종합버스터미널이 있었지만 나는 늘 지하철이나 기차를 타는 경기도 촌년이었다. (원래 지리를 잘 모르면 경로와 시간이 명확한 기차와 지하철을 이용하기 마련이거든요 ^^)




태어나서 전라남도 광주에 처음 가보는 오늘, 십여 년 만에 고속버스를 탔다. 요즘은  일반버스보다 우등버스가 더 많이 배차되어 있었다. 우등버스의 따로 떨어진 한 명 좌석에 타니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자차로 이동할 땐 운전을 하는 수고로움 또는 졸음에 취약한 운전자를 깨우는 수고로움이 든다. 기차는 승차감은 편하지만 기차역까지 가는데 30분에서 1시간의 추가시간이 는다. 더구나 기차는 좌석도 좁은 편이다.  혼자 버스에 올라타 널찍한 좌석에 앉으니 설레었다. 멀리 보낸 남친 면회라도 가는 것 (그래 본 적도 없으면서 해보고 싶었기에) 마냥 두근두근거렸다.



깜깜한 터널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깊은 상념에 빠지는 기차 대신 차창 밖 펼쳐진 풍경에 마음이 넓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라남도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터널도 없었고 높은 건물들도 없었다. 드넓게 펼쳐진 산과 , 그리고 더 드넓은 하늘까지. 고속버스는 상상 이상으로 안락했다. 가끔은 이용하는 이동수단에 변화를 주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는구나, 또 다른 의미를 갖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수단은 저마다 인생의 일부를 닮아있다. 자전거를 탈 때면 두 발을 열심히 저어야 앞으로든 옆으로든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오토바이를 탈 때면 지금 내게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야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지하철을 탈 때면 삶의 방향과 목적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비행기를 탈 때면 가끔은 인생도 비행기 모드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것처럼. 고속버스를 타 보니 천천히 나아가고 때로는 막히고 가끔은 울렁거려도 긴 여정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걸, 인생도 그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그 목적지가 예상 밖이라 하더라도.

다음 번엔 전동킥보드를 한번 이용해볼까?

어떤 부분이 인생과 닮아 있을까?

인생의 작은 부분에서 작은 의미를 찾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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