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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23. 2022

마음에도 청소가 필요해

유선 청소기의 코드를 두 구멍에 맞게 끼웠다. 동그라미 안에 막대가 그려진 버튼을 눌렀다.

우웅~~~~ 웅~~~~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먼지와 티끌이 빨려 들어간다. 한 번 두 번 왔다 갔다 쓱쓱 싹싹

먼지 알갱이가 서걱서걱하던 바닥이 조금씩 반들반들 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 마음도 청소하고 싶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이 세상 모든 아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엄마이자 여자로서 첫째 딸을 키우고 둘째 아들을 키우니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분명 악의가 없는 행동인데 내 꼭지가 고장 나 빙그르르 헛돌아버릴 때가 있다. 고장 난 꼭지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혼자 콧김만 내뱉는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 아들은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근데 엄마! "하고 세상 순수한 얼굴로 말을 건다.



도대체 쟤는 왜 저럴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답이 없는 물음표가 백만 개쯤 채워지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에 기대어본다. 어릴 때는 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싫었는데, 이제는 그 소리가 내 마음속 요란함을 느끼지 않게 해 줘서 좋다. 마음속의 티끌과 먼지를 먹어치우고 윤기 나진 않아도 맨질맨질한 마음 바닥을 드러나게 한다. 가끔 청소기 안의 먼지통이 꽉 차면 흡입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밖으로 나가 먼지통을 열고 탈탈 털어낸다. 좋아하는 거리를 걷고, 좋아하는 하늘을 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오늘 아침에도 청소기 코드를 콘센트 구멍에 반듯하게 맞추었다.

탈탈 털어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정갈하게 정리해보았다.

그런데도 저녁이 되니 다시 먼지가 굴러다니는 기분.

비울 때가 되었다.

마음에도 청소가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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