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옆에 또 행복한 사람
그림책 테라피 수업에서는 주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는 법도 함께 익히지만, 나는 긍정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드려고 애쓴다. 부정적인 감정은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온갖 신경을 쏟으며 붙잡고 있는 반면, 긍정감정은 눈 깜빡하면 흘러가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기쁘고 놀랍고 신비로웠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만끽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지난 목요일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매일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사실 나도 그 방법의 정답은 모른다. 그저 내 일상 속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에 집중해보려고 애쓰는 것일 뿐. 그림책 『매일매일 행복해』라는 책에는 작고 귀여운 돼지 한 마리가 나온다. 그리고 모두 함께 행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렵지 않은, 아주 작은 방법부터 알려준다. 이를 테면 다정하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거나, 사용한 물건을 모두 제자리에 갖다 놓거나, 다른 사람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다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나누어준다거나. 이런 사소함이 쌓여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알려준다.
책에서 가장 인상 적이었던 장면은 다정하게 인사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곁을 지키느라 지쳐버린 돼지의 모습이었다. 축 처진 어깨와 벗겨진 한쪽 신발은 돼지가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자신에게 말한다.
나 자신도 잘 보살펴요.
그러곤 자신을 위해 따뜻한 목욕물을 받고 거품을 내고 샤워 후에는 향기로운 향수를 뿌린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나의 행복의 주체를 타인으로 생각하곤 한다. 누가 준 선물, 누군가가 보낸 문자, 타인이 건넨 친절. 물론 그 모든 것들이 뜻밖에 행복과 기쁨으로 다가와 나를 더 미소 짓게 만들어 주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를 기쁘게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똑같은 선물과 똑같은 문자와 똑같은 친절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아픔이 되기도 하고 행복이 되기도 한다. 내 감정의 주인은 언제나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행복과 슬픔 때문에 감정의 널뛰기에 흔들리지 않기를.
그러기 위해서 돼지처럼 자신을 잘 보살펴주는 시간을 갖자. 누군가 따뜻한 커피 한잔 사주면 행복하겠다 싶다면 나를 위해 휘핑크림 잔뜩 올라간 커피 한잔을 건네보는 거다. 또 때로는 누군가가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면 행복할 텐데 라는 마음이 든다면 내 마음에게 안부를 물어봐주자. 다정하게 '마음아, 안녕?'이라고 인사하기.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야기를 편히 터 놓을 수 있도록, 거울 속 나의 눈을 지그시 맞추고 기다려주기. 다 함께 행복하려고 했던 행동들을 나 자신에게도 해 주는 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행복한 사람 옆에는 행복한 사람이 또 그 옆에는 행복한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행복은 전염되는 거니까.
나 자신을 잘 보살피기 위해서 나의 행복한 순간을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고 저녁의 어스름이 하늘을 물들이고 침대와 책상과 컴퓨터가 쏙 들어오는, 침대에 앉은 듯 누워, 누운 듯 앉아 맵디 매운 떡볶이를 한 입 베어 물기 전에 인생 드라마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그려본다. 그리고 그 상상을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보는 거다. 나를 돌보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매일의 행복을 조금씩 찾아가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