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속시원한 결론은 없고 '그럼에도' 라고 뻔하디 뻔한 끝맺음을 한다 하더라도, 한번 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우리는 작은 변화를 만들곤 합니다. 그 작은 변화가 언젠가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환경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새로운 환경그림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친구를 찾는 회색 연기』(글.그림 이미성/밝은미래)라는 책인데요, 책 표지에는 귀여운 얼굴을 한 회색 연기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눈에는 아름다운 꽃과 북극곰이 비춰지고 있지요. 나무와 동물들로 가득찬 숲에 사람들이 하나, 둘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잘 살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만들지요. 크레인을 가져와 땅을 파고, 시커먼무언가를 뿜으며 공장과 아파트를 짓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들은 자신의 터전을 잃고 숲속에서 떠나갑니다. 대신 회색 연기가 탄생했습니다. 회색 연기는 예쁜 꽃과 북극곰과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고 싶지만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친구들은 멀어지고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숲에 터전을 잡았고, 더 잘 살기 위해 집을 짓고 공장을 지었지요. 윤택한 삶을 위해 점점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게 되고, 더 많은 공장이 생기고, 더 많은 회색연기가 태어났어요. 회색연기가 만들어지면 만들어질 수록 우리의 터전은 병들고 아프고 피해를 입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공장을 짓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한 건 나쁜 의도가 아니었어요.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지요. 그림책 속에서 회색 연기도 마찬가지랍니다. 나쁜 뜻으로 꽃에게 다가가는 게 아니지만, 꽃은 회색연기를 만나 시들고, 포근히 안아주고 싶어 다가간 북극곰에게는 얼음을 녹여 살 곳을 빼앗아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은 아파하고 점점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답니다.
비록 나쁜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잘못 된 점은 고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공장과 그 곳에서 내뿜는 유해가스만이 고쳐야 할 점은 아닙니다. 당장 공장의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당장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시행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까요? 바로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받아드는 플라스틱 컵, 아무 생각없이 쓰는 이면지, 아무 생각없이 쓰는 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무심코 행하고 있던 잘못된 점을 하나씩 수정해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만 바꾼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플라스틱 컵 대신에 텀블러를 사용하고(단, 텀블러는 3~5년이상 사용해야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면지라고 해서 조금 쓰고 버리기보다는 이면지'도' 아껴쓰고(종이도 모두 수입산입니다. 탄소발자국이 엄청 발생합니다.)뜨거운 물을 오래 틀어야 할 수있는 스팀샤워에 개운해지는 기분을 느끼기보다는 물을 아껴쓰고 환경을 위한 일을 했다는 개운한 느낌을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지난 주,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 텀블러를 챙겼습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요. 저는 혼자 있을 때는 무조건 텀블러를 씁니다. 가족들과도 잘 사용하고요. 그런데 타인과의 약속에서는 괜히 유별난 사람으로 각인 될까봐 선뜻 꺼내기가 어렵더군요. 텀블러를 챙겼지만 결국 그날도 꺼내지 못했습니다. 오늘, 커피한잔 하자는 약속이 생겼어요. 현관문을 나서다가 다시 들어와 텀블러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용기를 내어 텀블러를 꺼냈습니다. 제 텀블러를 보시더니, 매번 까먹는다며 다음엔 꼭 들고나와야 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론 속으로는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또 모르지 않습니까? 저의 모습을 보고 다음번에는 텀블러를 사용하실수도요. 눈빛이 진지하셨거든요.
나쁜의도가 없더라도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이라면, 스스로 좋은 결과로 방향을 바꾸어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늘 걷던 길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처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니까요. 마음만 먹는다면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고쳐나가는 움직임이 쌓아봅시다. 언젠가는 동물들을 다시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품어주고 싶습니다. 사실, 원래 동물들이 먼저 살고 있었던 곳이기도 하고요. 우리를 받아준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희망을 놓지 않아 봅니다.
왼: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내지-동물들만 존재/오:뒷표지 앞쪽 마지막 내지-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