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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Oct 28. 2022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림책 『마음안경점』처럼

일명 개구리 손. 둥글둥글 한 손 끝과 마디가 굵은 모습을 보며 개구리 손이라고들 부른다. 내 손이 그렇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개구리 손과 닮았다며 놀림을 받곤 했다. 여자아이들 손처럼 얇고 긴 느낌이 아니라 길긴 한데 두텁고 뭉툭한 느낌이 났다. 그래서 늘 콤플렉스였다. 연애를 할 때면 처음 손을 잡는 일이 키스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나 할까?



그림책 『마음안경점』을 보며 개구리 손인 내 손이 꽤 귀여워 보였다. 라섹수술이라는 인류의 기술에 힘입어 7살 때부터 착용해 온 안경의 굴레에서 벗어난 지 오래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마음안경점에 가서 안경 하나 맞추고 싶었다.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런 곳에 가고 싶은 맘이 들었다.



책 속에는 자신의 짝짝이 입술을 부끄러워하는 미나가 나온다. 미나는 모두가 자신의 입술을 바라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움츠러든다. 언제나 안경 너머에는 자신의 결점만 확대되어 보인다. 어느 날 체육시간에 안경이 망가진다. 미나는 새로운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경점에 간다. 혼자 도착한 '마음안경점'. 그곳에서 미나는 시력검사부터 받는다. 안경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차근차근 안경 너머를 바라보니 자신의 결점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부분은 뿌옇게 흐려져 잘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경사가 건넨 새로운 안경을 착용하자 있는 그대로의 나가 보인다. 늘 바라보았던 단점도 있지만 그 단점을 슬쩍 덮어주는 장점도 보인다.  



미나는 그런 안경사에게 고마움을 느끼고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선물한다. 바로 날개가 짝짝이인 팅커벨 피규어. 짝짝이라는 이유로 반품해버릴까 잠깐 고민했었던, 하지만 마치 자신 같아서 보내지 못하고 그냥 두었던 인형을 안경사에게 건넸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보는 이 안경사라면, 짝짝이 날개를 가졌지만 그 모습도 아름답게 바라봐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물했다.



우리는 누구나 결점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뛰어나게 잘하는 영역이 있으면, 못하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넘치는 부분이 있으면 조금 모자란 부분도 있는 법. 자신의 결점만 생각하거나 또는 자신의 결점을 부정하느라, 나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미나도 자신의 입술이 왼쪽과 오른쪽이 달랐지만 움직일 때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파도처럼 춤의 물결로 피어났다고 말했다. 나 역시도 둥글둥글하고 뭉툭한 내 손이 때로는 깜찍하고 가끔은 기특해 보이기도 한다. 개구리가 손발 덕분에 헤엄을 잘 치는 것처럼, 나도 내 개구리 손이 만들어 내는 것 덕분에, 인생을 요리조리 잘 헤엄쳐 나가고 있으니까. 이 기특함을 발견해 낼 사람도 나, 이 기특함을 만끽할 사람도 나라는 사실을 그림책을 통해 또 배운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야.
태양은 구름 속에서도 빛나고 있어.


마음안경점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가사다.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 넓은 세상을 더 멋진 세상을 만날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 마음을 열고 그 너머까지 보라는 말을 잊지 말자. 마음으로 보면 구름 속에서도 빛나는 태양을, 암흑 속에서도 쏟아지는 별빛을,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서도 피어나는 새순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타오르는 사랑이 보인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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