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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26. 2022

산타를 믿지 않는 동생에게 누나가 알려준 중요한 사실

"크리스마스 선물 뭐로 할지 정했어?"

신랑이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배시시 웃기만 했다.

"아직도 못 정했어? 빨리 정해야 해. 산타할아버지가 수천 명의 아이들 선물을 챙기려면 미리미리 제출해야 한다고."

이런 먹히지도 않을 거짓말을 마구 하는데도, 아이는 어찌나 순수한지 여전히 잘 먹힌다.



"산타 할아버지가 그 많은 아이들에게 주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15만 원 안에서 골라야 해. 터무니없이 비싼 걸 부르면 막대사탕 하나만 놓고 가신다니까."

작은 아이는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는 말했다.

"아니야.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사는 게 아니야. 요술로 만들어 내는 거라서 비싸도 괜찮아. "



신랑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더 놀려 먹으려고 다시 말꼬리를 붙였다.

"산타할아버지도 마트에서 사는 거야. 특히 인기 많은 건 늦게 말하면 품절돼서 못 받아."

작은 아이는 믿지 않는 듯하면서도 불안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다 갑자기 물었다.

"왜 아빠가 금액을 정하는 거야? 엄마, 아빠가 산타야? 애들이 그러는데 엄마, 아빠가 산타래. "



신랑과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아닌데? 산타할아버지 안 믿는 거야? 안 믿으면 선물 못 받는데..."

작은아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목소리를 더 높였다. 이마에 핏줄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진짜야. 친구들이 봤대. 엄마 아빠가 선물 주는 거. 산타 없는 거래."



이런. 찰떡같이 믿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2학년에게 산타를 속이는 건 요즘 시대에 너무 무리수였나 하는 생각에 흔들렸다. 밝혀야 하나? 하는 물음표가 생겼지만 그래도 아직은 동심을 섣불리 깨고 싶지 않아 가만히 모르는 척 듣고만 있었다.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큰 아이가 입을 열았다.



"엄마, 아빠는 산타가 아니야. 생각해봐. 엄마가 15만 원이나 되는 비싼 선물을 그냥 사줄 리가 있니? 산타할아버지니까 가능한 거지!"

큰 아이의 말을 들은 작은 아이의 표정은 말하고 있었다. 역시 누나는 천재라고.




나는 책 한 권 사줄 때에도 돈 낭비, 환경 낭비, 자원 낭비 운운하며 생색을 내는 엄마였다. 대신 크리스마스 선물은 비싼 아이템을 좋아하는 신랑이 이런 특별한 날은 아이들에게 플렉스 좀 해주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레고나 큰 장난감, 악기, 자전거 등 값이 나가는 선물을 하곤 했었다. 그 덕분에 나는 산타의 의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진짜 우리 딸은 천재가 맞는 것 같다.


"그러네. 엄마가 그 비싼 걸 사줄 리가 없지."





며칠 뒤, 작은 아이는 학교에서 또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다시 의심을 했다.



"근데, 엄마. 진짜 엄마가 산타 아니야?"

"아니라니까. 엄마는 돈 없어. 비싼 거 못 사줘. 알잖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러쿵저러쿵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친구들이 그러는데 산타는 엄마고 산타할아버지는 없고 근데 또 핀란드에 산타 마을이 있는 걸 보았는데 그걸 생각하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핀란드 산타마을에 직접 가서 산타가 되어보고 싶다는 둥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그때, 또 큰 아이가 한 방을 날렸다.



"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선물을 받으면 됐지. 누가 주든지 간에 선물을 받으면 되는 거야. 그러니 얼른 선물이나 정해. 엄마, 나는 문 앞에 붙여놓았어."



그.... 래..... 4학년 딸아.... 너 산타가 엄마 아빠라는 거 알고 있는 거니 모르고 있는 거니? 어쨌든 동생에게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줘서 고맙다.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네 선물 목록 잘 전할게. 그리고 이번엔 저렴이로 골라줘서 고맙다고 산타할아버지가 전해 달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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