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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Feb 11. 2023

난생처음 구호물품 보내기

난생처음 기부를 한지도 몇해 지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그림책을 알아가며 나를 보게 되고 내가 함께하는 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틈틈이 기부를 했다. 어릴 적부터 기부를 꾸준히 접해온 세대가 아닌 나를 비롯하여 나보다 더 기부와 친하지 않은 종자인 신랑. 우리에게 기부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기적인 기부보다는 가끔씩 기부 버튼을 누르며 마음을 보내곤 했다. 얼마 전 연말 정산 시즌에 신랑이 전화 와서는 '나 몰래 기부했어?'라고 묻는 에피소드도 있었다는. 몰래가 아니라 그냥 말하지 않고 했을 뿐인데;;;  연말정산을 남편에게 몰아주는 부녀자는 기부하는 것도 그리 쉽진 않다.




튀르키예 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있다고 말해 준 건 신랑이었다. 나는 세상을 둘러보기보다는, 매일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여전히 매여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과의 대화에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에도 역시나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 공개적인 작은 기부를 했다. 연예인들처럼 몇 천만 원의 큰돈도 아니고 몇 만 원의 푼돈이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중 오늘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띄는 피드를 발견했다. 누군가가 구호물품을 보내는 것을 사진 찍어 피드에 올린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피드를 보면 '선행을 왜 굳이 드러내려고 하는 거지? 일부러 나 이런 사람이라고 자랑하는 거네' 하고 반감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다르게 보였다. '아! 구호물품을 보내는 방법이 있구나!' 나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추운 날씨에 텐트에서 지내야 하는 어린아이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건네고 싶었다. 인스타 피드를 벗어나 초록창에 구호물품 보내기 방법을 검색했고, 인천의 물류 창고로 물품을 보내면 튀르키예까지는 무료로 전달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인천의 물류 창고에 물품을 보내는 비용은 자신이 부담해야 하지만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었다. 커피 한잔 정도의 비용이었으니까. 구호물품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몸을 움직이려니 귀찮았다. 그래도 생각이 들었을 때 실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단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럴땐 실행력이 참 좋다는.




어딘가에서 받아만 놓고 쓰지 않았던 보온병을 먼저 뒤졌다. 사용은 했지만 쓸만한 것과 한 번도 쓰지 않은 것도 챙겼다. 의류는 신혼 초에 비싸게 주고 샀다가 작아져서 입지 못한 채 늘 붙박이에 붙박여 있는 옷들을 과감히 꺼냈다. 한번 신어 세탁해 두었던 등산양말이나 몇 개씩 세트로 구매해 택도 제거하지 않은 채 두었던 양말도 담았다. 비싸지는 않지만 혹시나 해서 두었던 털모자나 장갑들도 사용감이 있는 것도 있지만 깔끔한 것들로 골라서 넣었다.



정리를 하다 보니 남편이 연애 시절 길가에 문구점에 들어가 사주었던 장갑이 눈에 띄었다. 천냥 마트 같은 곳에서 산 거라 그다지 좋은 품질은 아니지만, 어떤 한 아이의 마음만은 따뜻하게 해 줄 것 같았다.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 고이 간직했는데, 사랑이 담긴 마음까지 전달되기를 바라며 장갑도 넣었다. 옷을 정리하여 남편에게 튀르키예에 보낼 예정이라고 통보를 했더니, 평소 물건을 버리기를 싫어하는 신랑이지만 이번만큼은 바로 오케이라는 대답을 해왔다.


 


포장을 위해 정보를 검색해 보니 현지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물품을 비닐에 포장해야 한다는 거였다. 행여나 비에 젖어 사용하지도 못하고 쓰레기 더미만 전달될까 봐 비닐을 겹겹이 쌌다. 이럴 때는 비닐을 사용해도 지구도 이해해 주겠지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마음씨 넓은 지구를 위해 비닐도 최대한 재활용했다.



물건을 다 싸고 집에 있던 박스에 넣었더니 턱없이 용량이 부족했다. 박스를 구해야 했다. 우체국에서 깨끗한 박스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재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동네 마트로 향했다. 가끔 박스를 가져가면 마트직원이 싫어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있어 마치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박스 쌓아둔 곳을 기웃거렸다. 딸에게 망을 보라고 시켜놓고는 적당해 보이는 박스를 가지고 똥마려운 사람 마냥 집으로 뛰어왔다. 다행히 박스는 사이즈가 잘 맞았다. 약간의 여유가 돌아 핫팩과 간식과 김까지 채웠다.



이제는 모든 준비가 끝나고 택배 접수를 할 차례였다. 다행히 내일이 토요일이라 대부분의 택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여러 택배사를 비교해 보았는데 카카오택배가 가장 저렵했다. 박스 크기가 크다 보니 동일한 수도권이라고 해도 비용이 7천 원에서 8천 원이 나왔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검색한 끝에 카카오 택배로 5,500원에 택배 접수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박스에 "Aid Material/Türkiye"라는 문구를 붙이고 아래에 구호 물품을 기재했다. 영어나 터키어로 기재하면 되는데, 봉사자들이 해야 하는 일을 덜어줄 거라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 모든 이야기를 브런치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봉사하는 일을 조용히 하면 될 것을 왜 저렇게 생색내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을 보고 '나도 해보아야겠다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면, 또 그분께 가장 저렴한 택배사를 알려준 보람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우리의 마음이 보태고 보태어 하염없이 춥고 쓸쓸한 튀르키예에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따뜻함을 전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록을 하기로 다짐했다. 나 역시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으니까.




혹시 무엇부터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일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단 꺼내놓으면 하게 된다는!






혹시 한 번도 구호 물품을 보내 보신 적이 없으시더라도 저 처럼 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난생처음 구호물품 보내기를 해 보았네요.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1. 먼저 아래 구호물품 목록을 확인해 주세요.

2. 목록에 있는, 우리 집에서는 그다지 찾지 않는 깨끗한 물품을 모두 끄집어 내주세요.


3. 예쁘게 정리하여 비닐에 차곡차곡 넣어주세요. 현지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에 젖지 않게 비닐로 꽁꽁 싸매주세요.


4. 알맞은 박스를 준비해 주세요. 구매해도 좋지만 동네 마트에 방문해 주세요. 적당히 눈치 보며 알맞은 박스를 집어 들고 당당하게 돌아오세요. 분리수거하는 곳에서 깨끗한 박스로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자연환경을 위해서요.


5. 비닐 포장한 물건을 넣고 박스를 밀봉해 주세요. 그리고 겉에는  "Aid Material/Türkiye"라는 문구와 구호 물품을 영어로 기재해 주세요. 영알못인 저는 네이버 영어사전을 적극 이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박스의 사이즈를 줄자로 확인해 주세요.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을 기록해 두시면 됩니다. (대부분 택배회사가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120CM를 기준으로 대와 특대로 구분되니 박스를 구하실 때도 참고해 주세요!)


6. 이제 택배를 예약해야겠지요? 편의점 택배도 좋지만 무거운 무게 때문에 방문택배를 권해드려요. 타 택배사에 비해 저렴한 카카오 택배를 추천드립니다. 카카오택배는 카카오톡 앱 화면에서 오른쪽 하단'... '을 눌러주세요. 그리고 왼쪽 상단의 'pay'라는 부분을 눌러주시고요. 다시 오른쪽 상단 '전체'를 선택, 아래로 내려가 보면 '더 보기' 탭에 '배송'이 보일 겁니다. 배송을 선택하여 방문택배를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7. 자 그럼 물품을 보내실 주소를 확인하실까요?


8. 전화번호와 받는 이, 보내는 이 모두 꼼꼼하게 기록해 주세요.


9. 그리고 깔끔하게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됩니다. 모든 진행상황이 카카오톡으로 전달되오니 따로 확인할 필요가 없어 더욱 편리합니다.


10. 이제 구호물품 보내었다고 뿌듯하시다면, 미처 세탁하지 못해서 보내지 못한 물건이나 살펴보거나, 혹시 주문해서 더 보내고 싶은 물품을 결제해도 괜찮습니다. 한번 해 보았으니 두 번째는 더 쉽겠지요? 저도 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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