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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Feb 02. 2023

내일이면 기록함을 후회할 오늘의 단상

그래도 가끔은 기록해 두고 싶어서

한 달을 꼬박 방학을 보내고 나니 에너지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정말 매일 똑같은 일상.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삼시 세 끼는 어느 나라에서 어떤 학자가 정한 건지

찾아낸다면 호되게 두들겨 패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들 밥을 챙기고 나면 밥이 먹기가 싫어진다.

매일 소개하는 인스타 글과 블로글 글을 쓰고 나면

글쓰기가 싫어진다. (근데 왜 지금 브런치에 이렇게 끄적이는 걸까? 그럼에도 또 쓴다.)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아 넷플릭스를 쇼핑하지만

막상 보고 싶은 프로그램도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없어서 보기가 싫어진다.

이런 청개구리 같은.




너무 느슨하고 느슨한 하루 와중에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 아주 작은 일들이 내게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면 되는 데 

아직도 나는, 나라는 작은 그릇에 온갖 쓰레기를 담아두지 못해 안달이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오늘 한 강의를 들었다.

건강하지 않은 정서를 가진 사람은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단다.

심지어 자신의 어떤 행동이나 말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존재 자체에 있다고.

나는 나를, 사라지면 해결될 존재로 보지는 않는다. 

다행히도 그 정도로 미약한 심신은 아니다. 정말 다행히도

하지만 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라는 화살의 촉으로 나를 끊임없이 겨누었다.

강의를 끝내기 전, 스스로에게 자기 칭찬을 습관화하면 

건강한 정서를, 건강한 자아를 갖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모두 해보라고 했다.

심장이 뛰는 가슴을 두드리며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라고.

처음엔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조금 어려웠다. 

근데 막상 해보니 좋았다.

아이들이 있어서 조용하고 낮게 읊조렸는데 내 귀에 내 목소리가 꽤 근사하게 들렸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요즘 미디어에서, 책에서, 노래에서 말할 때마다

촌스럽게, 당연한 이야기를 뭐 하러 이리도 노골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었다.

이제 고개를 아래위로 젓는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러니 잔뜩 찌푸린 미간을 조금 쉬게 두라고.

잔뜩 움츠린 어깨를 살짝 늘어트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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