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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Jun 21. 2023

장마 때문에 우울해진다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다들 아는 그 노하우

본격적인 장마의 계절입니다. 날씨라는 건 하늘의 뜻,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하지만 날씨 때문에 축축 처지고 시도 때도 없이 흩날리는 비 때문에 올라오는 짜증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나의 감정이랍니다. 단군이래(?) 혹독할 장마라는 예상과 함께 스멀스멀 어두운 기운을 뻗쳐오는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나의 기분을 텐션 업 해주는 저만 아는 노하우 아니고요,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다들 아는 그 노하우를 공유해 봅니다. 



1. 여름답게 먹기 : 열무김치와 오이지, 그리고 수박화채

기분이 강한 중력의 법칙을 받아 지구 맨틀 속으로 처박히려 할 때, 두드러진 효과를 보이는 방법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닐까요? 저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만. 특히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에 달콤한 디저트까지 두둑이 챙겨주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요. 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 왜 이리도 속이 더부룩한지요. 이제는 조금 건강한 음식으로 저의 헛헛한 기분을 달래주는 게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장마 때문에 기분이 우울해졌다면 여름음식을 즐기는 게 제맛이죠. 괜히 비 오는데 전 부치느라 기름 튀고 설거지하느라 고생하지 마시고  반찬가게에 갑시다. 다양한 여름음식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의 픽은 열무김치와 오이지. 이 두 조합은 다른 어떤 반찬이 없어도 우울한 기분을 다시 끌어올려 무한 입맛을 살려주는 음식이랍니다. 단 부작용은 밥공기가 늘어나는 바람에 살이 쪄서 다시 우울해질지도 모른다는 것.

  식사를 마치고는 사이다와 우유의 기막힌 비율을 자랑하는 수박화채를 만들어주세요. 대충 집에 있는 과일을 아무렇게나 썰어 넣어도 연유한통만 있으면 든든합니다. 어릴 적 먹던 밀키스에 수박을 넣고 전지분유를 듬뿍 뿌린 맛! 글로는 표현이 안됩니다. 일단 먹어봅시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오전 11시보다는 오후 1시가 좋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처럼 배가 두둑하면 예민함은 줄어들고 너그러움은 늘어나는 법. 입맛을 돋는 음식으로 나를 채워보세요.



2. 오래된 드라마 보기 : 청춘의 덫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그들이 사는 세상

네,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만 아는 노하우 아니고 다들 아는 노하우입니다. 말 그대로 배부른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콘텐츠는 우울한 기분을 싸악 잊게 하지요. 그중에서도 저는 오래된 옛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본 드라마를 또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대사를 할 때 똑같이 대사를 따라 하는데에서 희열을 느끼곤 하는데요. 최근에 <그들이 사는 세상> 정주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오(현빈):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준영(혜교): 주준영


요 대사를 할 때의 준영의 표정이 그런 준영을 바라보는 지오의 표정이 너무 사랑스러워 꿉꿉한 마음을 잊고 화창한 해님이 활짝 피도록 해준답니다. 그 밖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보며 눈물 콧물을 뿜어내는 것도 좋아하고요,  <더 글로리>가 탄생할 수 있는 복수극의 기초를 다져준 <청춘의 덫>을 보며 장마 따위야 다 부숴버리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출처:SBS공식홈페이지 캡처




3. 비 오는 거리를 달리기 : 비가와요+비오는거리+두물머리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건강한 돼지가 됩니다. 안 그래도 꿉꿉한 날씨에 몸 구석구석 곰팡이와 미생물이 활보하도록 둘 수는 없잖아요. 움직여야죠. 일단 드라이브로 시작하세요.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 초록에 머금은 물기를 만끽하세요. 차 안은 뽀송하니까 기분은 한결 싱그러워질 거예요.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맞추어 90년대 가요정도는 배경음악으로 깔아주자고요. 제 추천곡은 이현우의 <비가 와요>,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를 입니다.

 비 오는 날 드라이브 하기 좋은 곳은 저는 바다보다는 강가를 추천합니다. 바다는 비바람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일 확률이 높거든요. 강은 비교적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은 장관이죠. 다만 그 경치보다는 뒤차의 브레이크 등을 더 많이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은 꼭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드라이브 나간 김에 차문을 열고 비가 내리는 냄새를 맡아보세요. 차가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을 놓치지 마세요. 스스로 비를 느끼기 위해 내디딘 발자국은 찝찝함 보다는 가뿐한 기분을 안겨줄 거랍니다.

https://youtu.be/_FJRQiyzO00





누구나 다 아는 노하우 속에 저만의 요소도 아주 살짝 버무려 보았는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를 찾아 부디 길고 긴 장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비내리는 밤, 그사세 보러 갑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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