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딱히 받아치고 싶다
딸과 아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딸이 말했다.
"엄마, 내가 학교에서 책 추천을 하라고 해서 선생님한테 엄마가 작가인데 엄마 책을 써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된대."
아이고 뭘 그런 걸 또 말했냐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엄마의 새로운 정체성을 좋아해 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녀석 같으니라고.
"그래? 뭐라고 썼는데?"
나는 은근히 내 책에 대한 호평을 기대하며 물었다. 그랬더니 딸은 다른 이야기를 쏟아냈다.
"아니, 근데 그 말을 듣더니 애들이 막 너희 엄마 작가냐고, 우와 좋겠다면서 그러는 거야."
책에 대한 평도 궁금했지만 친구들의 말에 아이가 뭐라고 대답했을까 궁금해서 나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니, 근데 뭐 그렇게 좋지는 않아라고 말해줬지."
글 쓴답시고 일한답시고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고, 노트북에 매여 있는 삶을 살게 된 터라,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겠지 으레 짐작했다.
"애들은 엄마가 작가라고 하니까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막 그러더라고. 그래서 딱히 돈을 잘 버는 건 모르겠다고. 안 버는 거랑 거의 같다고 말해줬지."
어후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데 책을 팔아 딱히 돈을 잘 벌지도 않는 무명 출간작가인 나로서는 딱히 받아칠 말이 없어서 한참을 하하하 웃기만 했다. 그러곤 말했다.
"기다려. 10권 즈음 쓰고 나면 잘 벌 수도 있잖아. 너 죽기 전에 어떻게 한 번 해볼게."
아이의 순진무구하고도 꾸밈없는 날것의 표현이 나를 늘 자라게 한다.
그래 덕분에 나는 더 크고 더 푸르게 더 여물어 가는 중.
쑥쑥 자라서 너 죽기 전에 딱히 받아 칠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