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닮녀 Nov 03. 2023

이제는 정말 안녕

나를 행운아로 만들어준 당신에

엊그제 인사를 하고 돌아왔는데, 다시 인사를 건네네요.

오늘 하루는 다들 잘 보내셨나요?

글쓰기 모임에서 '이제는 정말 안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라고 던져놓고는

무엇에게, 누구에게 작별을 고할까 고민했어요.

그날 제대로 된 작별 인사도 못한 것 같아서,

쑥스럽지만 이렇게 공개 편지를 씁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건 당연한 건데, 가끔은 이렇게 헤어지는 게 참 아쉬울 때가 많아요.

한 해 두 해 일을 해오면서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말이죠.

아마 그곳이 너무 먼 곳이라고 생각하는 제 마음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다시는 못 볼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요.



이번 수업에서 선생님들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첫날부터 빵빵 터뜨리며 쏟아내는 마음의 말들 덕분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느라 고이 엮어 펼쳐두었던 마음의 울타리를 무장 해제할 수 있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더 가까워져서 수업 도중 다른 이야기로 빠지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일처럼 흥분하기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기도 하고.

그렇게 그저 아는 사이에서 특별한 사이가 되었어요.

살아온 인생의 시간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했던 물리적 시간은 고작 1000분 남짓이지만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 나눈 마음 덕분에 1000일을 알고 지낸 사이처럼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첫날 어둡고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던 '단정한 아씨'.

어디 한번 내 마음을 열어보시지.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을 굳게 닫은

선생님의 표정을 보며 꼭 손을 내밀어드리고 싶었어요.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덕분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토닥여주었죠.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한 아씨'의 모습이라는 거 아시나요?



아직 어린아이들을 양육하느라 함께 밥 한번 못 먹은 게 마음에 걸리는 '우윳빛깔 유령'

선생님의 재미나고 재치 있는 답변에 하하 호호 즐겁게 웃을 수 있었어요.

자신을 잘 돌보며 육아라는 길을 걷는 선생님의 지금을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

데스노트 말고 관속에 들고 들어갈 책도 얼른 준비해 봅시다.



아침마다 밀려드는 교통체증을 뚫고 늘 준비된 자세로 수업에 참여한 '찬란한 요정'

매번 나이가 많아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매번 나이가 많아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이 참 값졌습니다.

아직은 인생을 조금 덜 산 제가 함부로 할 수 없는 말들을 선생님의 입으로 전해주시니 더욱 가슴을 울렸어요.

지금처럼 소녀 같은 모습으로 배움의 생을 이어가실 거라 믿어요.

그리고 빵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먹고 싶어요.



기쁨과 슬픔, 그 어떤 감정도 불안하고 경직된 표정이었는데,

마지막 날 선생님의 표정은 장난꾸러기 어린아이 같았어요.

'흐르는 강물'이라는 별칭처럼 잔잔한 강물이 굽이치는 강물이 된 모습을 보니 흐뭇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인지 꼭 기억하세요.

오늘도 '사랑해'라고 말해주셨죠? 아장아장 걸음마에서 곧 달려 나갈 선생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선생님을 보면 정말 편안해요. 어쩜 별칭도 이리 잘 지은건지요. '편안한 주인장'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려요.

낯설고 어려운 상대에게도 따뜻하게 먼저 말 걸어주시는 선생님의 다정함이

우리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답니다.

지금도 충분히 멋지니까 자신이 가진 매력을 마음껏 드러내세요. 숨기지 마시고요.



속눈썹이 예쁜 우리 반의 큰손 능력자 '첫사랑 수지'

선생님은 의외의 매력이 있어요. 조용한 듯하면서도 재미있게 말을 할 줄 알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주관적으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반전 매력덩어리랍니다.

잘하는 게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중 딱 하나만 시작해 봅시다. 아끼지 마요.

그래서 말인데,,,, 그때 그 쿠키,,,, 또 먹고 싶다는요. 기회가 있겠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을 실천하는 '왕방울 똑순이'

개인 스케줄이 여의치 않아 격주로 오신다는 말씀에 아쉬웠는데,

첫 수업을 마치자마자 시간을 조정하여 수업에 적극 참여해 주셔서 정말 감동했어요.

선생님이 매일 거는 그 주문이 모두 이루어지는 날, 딴짓 세상에서 딴짓하며 만나요.



미니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샤랄라 한 매력을 지닌 '핑크소녀'

소녀처럼 잘 웃고, 소녀처럼 잘 우는 선생님의 여린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말해도 괜찮아요. 표현해도 괜찮아요. 참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신을 억압하지 말아요.

배려하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나를 표현하는 모습은 고혹적이었어요.



때때로, 자주, 아니 틈만 나면 19금으로 빠지는 '푸르른 야생마'

선생님의 대답은 언제나 싱그러워요.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거든요.

팔딱팔딱 뛰어다니기도 하고 훨훨 날아 다기도 하고 가끔은 꼬물꼬물 기어 다니기도 하고요.

마음을 활짝 열고 찐 리액션 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안전한 공간이 마련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표 김밥을 못 먹어본 게 두고두고 아쉽네요. 나누어주시는 마음만큼은 맛있게 맛보았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뭐 하지?라고 하시던 말씀이 떠올라요. 저도 수요일엔 뭐 하죠?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나눈 것들을 토대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 있겠죠.

'끼리끼리는 과학이다'라는 말을 맹신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만나게 될 테니까.

그날까지 부디 행복하기를. 이제 정말 안녕을 고합니다. 안녕.




p.s: 선생님들 덕분에 향남은 제게 사랑스러운 도시가 되었어요.

또 한번 그 곳에서 복받은 행운아가 되어 만나기를요.



작가의 이전글 나는 남의 결혼식을 볼 때마다 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