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깨톡.
오전 7시, 채팅방에 알림음이 울렸다.
'8일 차 오늘의 글쓰기의 주제는.... ' 그림책으로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가는 이런 작가의 카톡이다. 책닮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작가명은 '이런'으로 쓴다. 이 씨 성에, 활동성을 나타내는 '런: 달리다'을 가져다 붙여 만든 작가명이라고 한다. 이런 작가, 저런 작가처럼 누구나에게 불리는 작가라는 의미도 담겨있단다. 편하고 친숙한 느낌. 가수는 노래제목 따라가고 연기자는 드라마 따라간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런 작가는 늘 달린다. 달리기에는 단거리와 장거리 등 다양한 형태의 달리기가 있겠지만, 이런 작가는 정말이지 오래 달리기 전문가처럼 계속 달린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도서관의 한 수업을 통해서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슬픔이와 기쁨이가 찾아오던 독박육아시절, 어린이집을 보내고 무어라도 들어보자는 생각에 수강하게 된 강의였다. 동네친구도 없어서 친구도 사귈 겸 별생각 없이 듣게 된 강의였는데 나는 거기서 충격을 받았다. 첫 시간이 끝나고 두 번째 시간에 출석했더니 참석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외워서 불러주는 거였다. 내 이름으로 불려진지가 언제였는지, 늘 사랑이 엄마라고 불리던 내가 다시 내 이름을 찾는 순간 온몸이 짜릿짜릿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수업 시간 동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웃어주고 안아주었다. 그녀가 소개해주는 그림책이 그랬고, 그녀의 대답이 그랬고, 그녀의 미소가 그랬다. 덕분에 나는 다시 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인스타에 그림책 소개를 올린다. 2022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는 일 년 하고도 몇 개월이 더 되었다. 가끔 쉬어가는 날도 있지만 매일 그림책을 소개해 준다. 가끔 인스타를 며칠 들어가지 않으면 오랜만에 접속했을 때 이런 작가의 피드가 계속 올라온다. 더구나 신기한 것은 그림책 소개하는 글이 그다지 짧지 않다는 거다. 얼마나 그림책을 사랑하는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그림책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진심이 느껴진다. 그녀가 추천하는 그림책은 원래 알던 책도 새로운 책이 되고 새로운 책도 익숙한 책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2주에 한번 도서관에 갈 때면 그녀가 알려준 책을 잔뜩 안고 돌아온다. 이 그림책 큐레이션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또 7시가 되면 단체채팅방에 그날의 글쓰기 미션을 지령한다. 그녀의 모임에 제법 꾸준히 참가한 나로서는 가끔 7시에 맞추어 울리는 깨톡 소리를 들으며 혹시 사람이 아니라 로봇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무서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작가의 이런 꾸준함 때문에 나처럼 글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계속 계속 쓰게 되나 보다. 그녀의 메시지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녀가 내어주는 글쓰기 주제는 식상하지 않다. 물론 평범하고 글쓰기 모임에서 흔히 만나는 주제들이 많다. 하지만 그림책과 함께 하니 새롭게 색다르게 보게 된다. 그녀가 기획한 이 글쓰기 프로그램이 나는 너무 재미있다.
그녀와 자주 만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생활을 속속들이 아는 그런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림책으로 연결되고 글로 만난 사이기에 누구보다 진심을 나눌 수 있다. 글쓰기 모임에서 내가 블로그에 글을 게재하면 그녀는 하나하나 읽어보고 공감해 주는 독자가 되어준다. 그녀와 글로 이야기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글이지만 마치 비밀보장이 되는 금고에 몰래 내 마음을 넣어두는 것처럼 안전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계속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게 된다. 그녀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속도대로 열심히 달려가는 이런 작가를 보며 나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녀의 발걸음에 발맞추어 함께 걷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진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두발 앞서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보폭에 맞추어 걸어본다. 각자의 힘으로 각자의 인생을 달려가지만 닮은 속도로 닮은 마음가짐으로 서로의 길동무가 되어 오래오래 만나고 싶다. 이런 작가의 롱런을 응원하며. 그녀와 함께할 나의 롱런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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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글쓰기 7기, 오늘의 글쓰기는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나요?'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나를 상상하며 글을 썼는데요. 수강생들이, 참여자들이 가끔 해주시는 칭찬을 아주아주 부풀려 써보았답니다. 부디 저와 함께 그림책을 보고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 이런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작가가 되기 위해 더 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