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두려운 게 참 많았다. 집에 혼자 있는 게 제일 무서웠다. 혼자 있을 때 생각나는 공포영화의 장면들, 그러다가 갑자기 주방 쪽에서 들려오는 덜거덕 소리에 덜커덕 겁먹어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곤 했다. 혼자 있을 때 걸려오는 전화소리는 왜 또 그렇게 무서운지, 전화를 받으면 왠지 모르게 으흐흐흐흐 하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전화벨 소리가 끊기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 겁 많은 유년 시절을 거쳐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포기하는 게 두려웠다. 무언가 하던 일을 하다가 그만 두면 그게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기 싫은 일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믿었고 하고 싶은 일도 중간에 포기할 까봐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굴곡을 겪으면서 두려움에 대한 나의 인식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귀신이 무섭던 나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알게 되었고, 포기하는 게 무섭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도전도 못하는 게 무서운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적용해 가며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나의 노하우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굳이 공유해 보자면.
첫째, 인정하기. 내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거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무서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는 거다. 무서우면서도 괜히 '아니야, 안 무서워. 무서운 거 아니야.'라고 마음에 되뇌는 것보다, '그래 나 무서워한다. 아, 나 무서워하네.'라고 인정해 주면 두려워하는 나 자신이 작아지지 않는다. 나 자체를 인정해 주니까. 무서워하는 게 있는 게 사람이니 이 모든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둘째, 무서워한 것을 인정한 나를 채찍질하지 않기. 무서움이 닥쳤는데 '할 수 있어' , '그까짓 거' 같은 말 한마디로 모든 걸 이겨내길 바라며 등을 떠미는 것을 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둔다. 무서울 수도 있지, 무서워서 못하면 그것도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기다려주는 것이다. 내 마음이 두려움에서 궁금함으로 바뀌는 순간이 올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것. 분명 두려워도 하고 싶은 것이라면 계속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궁금함보다 두려움이 크다면 아직 마음이 두려움을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이므로 그냥 두는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궁금함을 저울질하며 기웃거리는 나를 발견한다면, 그때는 과감하게 등을 떠밀어주는 것이다. 마음과는 별개로 뇌의 지시를 받아 손가락을 놀려 모임 신청을 해준다거나, 평소 듣고 싶었던 강의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준다거나, 또 이렇게 기록을 남겨 발뺌을 못하도록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두려워한다는 걸 인정하고, 인정한 나를 기다려주고, 기다려도 포기하지 않고 빙빙 돌며 '두려워, 두려운데, 근데 어쩌지?'라고 한다면 슬쩍 밀어주는 것. 이게 무슨 방법이야?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호옥시 지금 두려운 게 있다면 이 방법을 한번 적용해 보면 좋겠다. 정말 호옥시 꽤 괜찮을지도. 음,,, 글을 쓰고 나니 등 떠밀어 주어야 할 것이 또 생각났다. 그래! 두려움은 호기심과 하고싶음으로 둘둘 말아 함께 굴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