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랑 둘이 어디 가는 게 좋더라

보석같은 아들의 심쿵멘트

by 책닮녀

"엄마, 어디 갈 곳 없어?"

피아노 학원을 마치면 아들은 늘 이렇게 묻는다.

"응. 어디 가고 싶어?"

"그냥. 난 엄마랑 둘이 어디 가는 게 좋더라."

아,,, 심장아 나대지 마,,, 아들은 스위트 한 멘트에 심장이 두근두근. 입꼬리가 올라간다.


수요일은 누나와 피아노 학원 스케줄이 달라 따로따로 등원과 하원을 한다. 누나와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엄마를 독차지하는 이 시간이 마냥 좋은 아들은 나와 손잡고 걷는 게 좋단다. 그게 어디라도.

언제까지 이 손을 잡아줄까, 앞으로 얼마나 더 나와 나란히 걸어 줄까.

나중엔 며느리의 남자가 될 터. 지금을 만끽해야지 맘을 먹는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수요일은 꼭 어딘가를 들른다. 거창하지 않아도 마트, 빵집, 동사무소, 작은 도서관 그것도 아니면 분리수거장이라도 아들과 손을 잡고 일상을 함께 보낸다.


그날도 아이는 물었다.

"엄마, 어디 갈 거야?"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과일과게 갈까? 샤인 머스켓 예약해놨어"

아이 얼굴에는 함박웃음 꽃이 활짝 핀다.

"우와~ 좋아!"


대단한 체험전도 아니고 멋들어진 풍경이 있는 공원도 아닌데... 그냥 집 가는 길, 그 언저리 잠깐 들르는 그곳이 엄마와 함께라서 좋다고 참 예쁘게도 말한다. 아이가 하나라서 덜 힘들고 셋이라서 더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나여도 하나대로 힘들고 셋은 셋이라서 힘든 법. 자식을 키운다는 건,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의 숫자에 비례하는 무게는 아니니까. 하지만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시간을 더 많이 들이고, 발품을 더 많이 팔아야 함은 부인할 수 없다. 양손에 아이를 하나씩 걸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아이 하나 손 잡고 뾰족 구두를 신고는 우아하게 걸어가는 엄마가 부러워질 때가 있다. 그런 나의 생각을 무색하게 하는 둘째. '내가 이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어휴.. 아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참, 옛날 말 틀린 것 하나 없다. 뭘 해도 예쁜 둘째다. (둘째를 가진 맘이라면 누구나 다 끄덕끄덕 하시겠죠? 셋째는 더 이쁘다는데,,,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그것만은 패쓰!)


그 예쁘고 따뜻한 손을 잡고 과일과게에 도착했다. 귤과 샤인 머스켓만 사고 돌아서려는데, 과일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이는 방울토마토를 하나 더 골랐다. 그런 재미에 어디든 같이 가고 싶은 거겠지. 몇 백만 원도 아니고 쓸데없는 것도 아니고, 나는 아이가 고른 방울토마토도 함께 계산했다. 사장님은 아이의 그런 모습이 예뻤는지 아이스크림 하나를 고르라고 하셨다.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가 눈에 띄었다.

"OO아, 거기 네가 좋아하는 거 하나 있네. 천혜향 맛~"

내 말을 들은 사장님은 그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거 좋아해? 이거 줄까?"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음. 근데요, 우리 누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하나밖에 없어서"

아이스크림 냉동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열심히도 그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공짜로 주겠다는데, 누나 꺼까지 챙겨가려 하는 아이가 나는 부끄러워 하나만 하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는 직접 하나 더 찾아 건네주시며 누나랑 맛있게 먹으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잘했지? 공짜잖아~~ "

언제 이렇게 컸나. 엄마 아빠가 하나 더 주세요 하는 걸 언제 보고 배웠나.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훈계를 하려다가 그저 귀여워서 장난을 걸고 싶어졌다.

"아이스크림 우리 지금 먹고싶지 않아? 엄마랑 하나씩 먹을까? 누나 한테는 비밀로 하고 말이야."

그럴 맘도 없으면서 나는 괜히 아이를 떠보았다.

아이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아니. 누나 이거 좋아해. 누나랑 먹을 거야."




이쁘다.

보석 같은 아이가 나에게 와서

반짝반짝 빛을 낸다.

나까지도 빛나게 한다.

둘이라서 힘들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들지 않게 하는 너는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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