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괜찮으세요?
몇 해 전, 아버님이 응급실에 실려가셔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셨다. 동네 종합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옮겨가며 조금 심각하시구나 생각을 했었다. 전립선에 석회질이 쌓이는, 나이가 들면 생기는 아주 흔한 병이다. 하지만, 의사는 얼마나 심각한지는 수술실에 들어가 보아야 안다고 말했다.
사실 내가 처음 시집왔을 때, 우리 신랑보다 힘이 더 센 우리 아버님을 보고 엄청 놀랐었다. 쌀 한 가마니를 척척 들어 올리고 생수통을 몇 개씩 나르시고, 밥 한 공기를 뚝딱 드시는 모습이 참 멋있으셨다.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병원신세를 지게 되자 가족들의 충격이 컸다. 며느리인 나도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는데, 어머님과 신랑, 그리고 아가씨는 슬픔에 잠겼었다. 진짜 아버님께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나, 암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아가씨와 신랑은 일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자식들은 자식이기에 슬픈 감정에 휩싸여 지금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며느리 기이기에 솔직히 감정의 동요는 덜했다. 인정머리 없는 며느리라고 욕할지 몰라도, 아들과 딸처럼 미치도록 눈물이 나고,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심정은 아니었다. 병원을 찾아야겠다. 제일 잘하는 의사를 찾아서 빨리 예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발 뒤로 물러나 나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병원에는 모조리 전화를 걸었다. 의사의 학력을 조사하고, 경력을 조사하고, 그리고 그중 빠르게 예약할 수 있고, 또 우리 집에서 다니기 편하신 곳으로. 어렵사리 예약한 병원에서 아버님은 진료를 받고는 며칠 뒤 수술실에 들어가셨다. 다행히 간단한 시술만 받고 나오셨다. 시술로 급한 문제는 해결이 되었지만 앞으로 약을 계속 먹고 꾸준히 관리는 해야 한다는 소견. 그래도 큰 문제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 후로 3년이 지났다. 얼마 전 약간의 마비 증세로 어지러움을 느끼셨다는 아버님은 병원에 예약을 해 놓고 여러 가지 검사를 받으셨다. 검사 결과를 상담하러 간 날, 병원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며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고, 아버님은 집중 치료실로 들어가셨다. 뜻밖의 병원신세를 다시 지게 되었다. 병명은 동맥경화, 언제 뇌출혈로 이어질지 모르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바로 다음 날, 아버님은 전신마취는 아니지만 부분마취를 하고 3시간 남짓 시술을 받으셨다. 시술은 잘 되었고 회복중이라는 어머님의 문자에 그제서야 졸였던 마음을 놓았다.
요즘 병원은 코로나 19로 인해 병문안 방문이 제한된다. 보호자도 코로나 검사를 72시간마다 한 번씩 받아야 하며, 들어갔다 나갔다를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아버님은 집중치료실에 계셔서 1명의 보호자도 필요없으니 어머님도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상황. 어차피 가지도 못하지만, 막상 가서도 "아버님 괜찮으세요?"라는 말밖에는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지만, 한번 들여다보지 못한 게 못내 맘에 걸린다. 그렇게 병원에서 혼자 며칠을 보내신 아버님은 다행히 퇴원을 하실 수 있게 되셨다.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지금. 아이들 하교 시간에 쫓기는 나 대신 아가씨네에서 아버님을 모시러 갔다.
딸처럼 펑펑 울어드릴 수는 없지만, 아들처럼 맘 졸이며 홀로 눈물을 훔치지는 않지만, 며느리의 입장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맘은 진심이다. 그래서 한 발 물러나 현명하게, 지금 꼭 필요한 것들을 챙겨보려고 애쓴다. 딸이 아니라 며느리니까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려고 한다.
아침에 마트에 들러 아보카도를 사 왔다.
동맥경화에는 아보카도가 좋다는데, 한 번도 안 드셔 보신 아보카도를 아버님이 드실까?
어떻게 해 드리면 잘 드실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건네본다.
며느리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