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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29. 2021

이젠 안녕!? 나의 마음속 라이벌, 김연아 선수

『있는 그대로가 좋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 선수는 나의 마음속 라이벌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전공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무슨 생뚱맞은 라이벌 타령인가 생각할 테다. 여기에는 나의 아버지와 얽힌 일화가 있다.     


한창 김연아 열풍으로 대한민국이 들썩들썩하던 때였다. 나 역시도 그녀의 팬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는 아빠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김연아 선수가 나왔다. 실력도 좋고, 늘 열심히 하고, 거기에 외모도 예쁜 그녀를 보며 아빠는 말씀하셨다.

“아~ 좋겠다! 김연아 선수 아빠는~~ 나도 저런 딸이 있으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딸을 앞에다 두고 다른 딸을 원하다니, 기분이 상할 때로 상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아서 채널을 돌렸다. 그 순간 화면에는 이제는 고인이 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모습이 나왔다. 나는 그 화면을 보고 아빠를 향해 바로 받아쳤다.

“쳇, 나도 이건희 회장 같은 아빠가 있으면 좋겠네! 그럼 뭐든 다 할 수 있을 텐데!!”하고 방으로 쏙 들어와 버렸다.     


부모가 되고 나서 돌이켜 보니 이제야 아빠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예쁘고 멋진 사람을 보면 우리 딸, 아들도 저렇게 잘 됐으면 하는 맘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자식보다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자식들이 그렇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아빠의 마음이 밉고 섭섭했을 뿐.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고, TV 속 김연아 선수를 볼 때면 알 수 없는 질투를 느끼며 눈을 흘긴다. 상처가 되긴 했나 보다. 그래도 그렇게 뾰족하게 굴지 말걸, 어린 시절 나의 실수가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똑같은 실수를 또 하지 않기 위해 늘 다짐한다.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구나,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림책 <있는 그대로가 좋아>에는 오토와 미미라는 두 친구가 나온다. 미미가 오토에게 묻는다. 

“오토야! 나, 뭐 달라진 것 없니?”

돌아오는 오토의 대답은,,,“음, 잘 모르겠는데....”

시공간을 초월하여 남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문이 ‘나 뭐 달라진 것 없니?’가 아닐까?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오토를 보며 미미는 나쁜 말을 쏟아붓는다.

“눈이 너무 작아! 

재미도 없어! 

코도 너무 납작해!

목소리도 너무 작아! 

달리기도 너무 못해! ”     

남들과 비교하며 너는 그래서 문제야!라고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해 버린다. 미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오토는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미미가 원하는 대로 변화시킨다. 점차 자신의 모습을 잃고 괴물이 되어가는 오토를 보고 미미는 아차 싶다. 그제야 깨닫고 이렇게 말한다.     

“난, 난 네가 그냥 내 친구 오토였으면 좋겠어!” 

그 순간 오토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저런 딸이면 좋겠다. 일도 잘하고, 능력도 좋고, 인정도 받고, 돈도 잘 벌고 그런 효도하는 딸이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물론 어릴 적 욱하는 마음으로 아빠에게는 한바탕 퍼부었지만, 내가 어른이 되어서는 비교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막상 엄마라는 자리는 욕심이 끝이 없다. 가진 것이 많은데도 바라는 것 투성인 놀부로 변신한다.      


“넌 왜 그렇게 느려? 좀 빠릿빠릿하게 행동해야지.”

“그만 좀 예민하게 굴어. 그냥 그러려니 하면 안 되니?”

“옆집에 걔는 영어 신문을 읽는데~”

“너희 반에 엄청 키 큰 애들 많더라. 넌 너무 작아서 어떻게 하니?” 


나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치부해 버렸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지 못했다. 느리면 느린 대로 아이가 가진 장점이 있다. 느린 아이들은 작은 것도 자세히 관찰하고 탐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민한 아이는 예민함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무궁무진하다. 또 영어는 조금 못하지만 수학적인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도 있고, 키는 작고 야위였지만 그래서 날쌘돌이인 아이도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들인 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자.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사람은 원래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인정하면 관계는 더 쉬워진다. 남편이든 아이든 나 자신이든 그냥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내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평생의 라이벌인 김연아 선수도 나의 마음속에서 놓아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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