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불편해진 어느 날

아름답고 푸른 별, 지구를 위해

by 책닮녀

아파트 후문 가까이에 사는 나는 사실 정문으로 출입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차량이 빠져나가기에도 후문이 수월하고, 왔다 갔다 하는 상권도 모두 후문 가까이 있다. 단 학교는 정문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아침시간과 아이가 하교하는 열두 시 즈음에만 정문 쪽으로 향한다. 어느 날, 늘 1시에 가던 태권도 수업을 일이 있어 놓치는 바람에, 저녁 6시 반에 가게 되었다. 태권도는 정문 쪽 상가에 위치해 있다. 겨울이 성큼 다가와 6시만 되어도 어둠이 짙게 깔리는 터라 아이들만 보낼 수가 없었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오랜만에 정문 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 어둠 속에 있어 더욱 반짝반짝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셋은 동시에 '우와'하고 외쳤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휘황찬란한 트리 행렬.


겨울 시즌이 되면 이 동네 아파트들은 서로가 더 예쁘게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다고 다툼이라도 하는 듯 나무에 트리를 내건다. 어떤 전구를 쓰는지, 얼마큼 빽빽하게 채우는지, 얼마큼 길게 트리를 장식하는지 대결하듯이 너도나도 불을 켠다. 우리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한쪽 도보에 늘어선 양쪽 나무에 작은 전구들을 챙챙 감아놓아 짧은 길이지만, 엄청난 전구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예쁘긴 하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구나 실감을 하게 하는 비주얼이다. 하지만 매년 보던 그 광경이 올해는 유난히 맘에 걸렸다. 차마 이곳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기가 미안한 느낌이 왠지 모르게 들었다. 뜨거운 전구를 온 나뭇가지에 둘러싸고 무거운 팔을 벌서듯 들고 있는 나무를 보아하니 못내 가슴 아팠다. 뜨겁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괴롭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미안했다.


무릇 나무란 그런 존재일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책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고, 꽃과 열매로 기쁘게 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몸까지 모두 내어주며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바꿔주는 협상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나눔의 상징. 그런 나무이기에 매년 아무 말 없이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에게 아름다운 전경을 선물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꼭 나무에게 무거운 옷을 입혀야만 아름다울까? 지금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내고 있는데. 우리도 조금만 신경 쓰고 애를 써보면 안 되는 걸까?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무조건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횡단보도 건너 단지마다 트리 장식으로 그 열기로 나무를 아프게 하고, 탄소 발자국을 마구마구 뿜어내고 있다면, 조금은 줄여도 되지 않을까? 그것도 어렵다면 새벽녘까지 트리 장식을 켜놓기보다는 두 시간에 한 번씩, 십 분 정도만 켜 놓는 방안은 어떨까?


아이를 낳고 나서,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이제야 겨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나도 학생일 때에는 카페에서 텀블러를 가져와 내미는 사람들을 보며 참 유별나게도 산다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주는 대로 먹으면 될 걸, 종이컵 하나 더 쓰고 덜 쓴다고 달라지지도 않을 것을, 그렇게 궁상맞게 시리 지구를 위하는 척 텀블러를 내밀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방송인이자 기후위기 해결을 꿈꾸는 '타일러 러쉬'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에서 누구나 환경 남민이 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환경난민이 되어버린 키리바시라는 국가를 소개한다. 키리바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많은 섬이 이미 바다에 잠겨버렸고, 2014년 피지의 한 섬을 한화로 88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고 한다. 살 곳을 잃은 국민들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내 아이가 태어나서야, 아니 내 아이가 한참 자라고 나서야 환경에 눈뜨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아이는 헬멧을 쓰고 방수복을 입은 채 출근을 하고 심지어는 그 상태로 잠을 자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먹을 것이 없어 캡슐로 된 인공 영양제를 먹으며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관심과 노력들. 단지 내 아이만을 위한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모두가 함께 해야만 이 푸르고 아름다운 별 지구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우리 아이가, 우리가 21세기 지구 멸망이라는 역사의 현장에 있는 인류가 되지 않으면 좋겠다.




결코 거창하지 않은 일들을 해본다. 물 아껴 쓰기, 용기 내어 용기 내보기, 텀블러 꼭 챙기기, 분리수거 열심히 하기, 쓰레기 줄이기, 친환경 제품 사용하기 등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매번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을 지키려고 애를 써본다.


"엄마, 오늘 너무 춥다. 나 학교 갈 때 핫팩 주면 안 돼?"

"음,,, 교실에서도 그 정도로 추워? 학교 갈 때 장갑을 끼고 가면 안 될까?"

"교실에서는 장갑을 못 끼니까~ 핫팩 챙겨줘~"

아이들은 나를 붙잡고 졸랐다. 애교 섞인 목소리와 표정으로.

핫팩 그거 얼마 한다고 하며 꺼내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번 더 생각하고 말했다.

"핫팩이 매일 쓰레기로 나오는 건 환경에 너무 안 좋은 것 같아. 장갑을 끼고 가자. 학교에서는 실내니까, 생활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추울 때 쓰라고 핫팩 산거 아니야? 그냥 쓰면 되지."

"그렇게 마구 쓰다 보면 지구가 아픈 거야. 네가 좋아하는 수영도 못하고 스케이트도 탈 수 없는 세상이 된다니까. 야외 활동할 때 너무너무 추울 때 그럴 때만 꼭 사용하도록 하자. 알았지?"

"네~"

살짝 투덜대긴 했지만, 지구를 위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모두의 삶을 위해서 아이는 금세 수긍하고 받아들였다. 너무너무 작은 실천이지만, 이게 무슨 큰 효과를 불러오겠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 본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일단 해보는 게 내 인생 철학이기에.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것.

피를 철철 흘리며 응급처치를 기다리고 있는 지구를 위해,

두 팔 벗고 달려가 봉사활동을 해 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구조대와 응급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는 일.

간단하지만 조금만 우선순위를 바꾸면 수 있는 일.

그런 일부터 해보기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작은 실천, 오늘부터라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미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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