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겨울방학 생활을 위한 초간단 3단계 프로세스

초딩 방학 50일이라는 대장정을 버티는 방법

by 책닮녀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호랑이...가 아닌 코로나....가 아닌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닐 때는 일주일이라는 겨울 방학이 너무 힘들어서 도대체 겨울 휴가는 안 주면서 겨울방학은 누가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고, 배부른 소리 한다~ '하며 어린 자녀를 둔 나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동네 언니들이 있었다. 어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냐며 초딩의 두 달 가까운 방학에 두 손 두발 다 들게 될 거라며 아주 무섭게 나를 몰아치는데, 나는 지지 않았다. 초딩이니까, 이제 다 컸으니까, 혼자서 알아서 하지 않냐며 마구 달려들었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그냥 깨갱하고 입 다물고 있었어야 했는데, 참 버르장머리 없고 세상 물정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고 있나? 유아 자녀 엄마들! 지금을 즐겨요~~)


어느덧 초딩 겨울방학도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도저히 내 취향이 될 수 없는 겨울 방학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두둥. D-5) 그래도 무작정 걱정만 하다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겨울 방학이 끝날 즈음에는 마늘과 쑥을 먹다 말고 동굴을 뛰쳐나간 호랑이 모냥이 되어 있던 때보다는 조금 발전했다. 백기를 들고나가버린 호랑이 대신에 마늘과 쑥을 자신의 취향으로 만들며 아리따운 웅녀로 변신한 곰처럼 살아보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본다.


2년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마련한 초간단 3단계 프로세스.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따라라란 딴~~~따라라라라라~~~)


1단계

비운다.

1월을 맞이하야 신년 계획을 많이 세웠을 테다. 아이 공부, 운동을 비롯하여 독서, 그리고 엄마의 운동, 독서, 성장계획 등등. 하지만 방학에 돌입하기 전 이 모든 것을 비워내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 아닌가? 대세는 따르라고 있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려라. 방학 동안 꼭 해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거창한 목표는 채우지 말기. 맘을 비워야 한다.

아울러 함께 비워야 하는 것은 바로 살. 비록 5일밖에 안 남았지만, 하루에 1킬로씩(이게 무슨 망언,,,?) 비워보자. 굶고, 운동하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남은 5일,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해 살을 비워라. 비운 것 보다 곱절로 받게 될 터이니, 방학이 끝나고 나면 마늘과 쑥이 그렇게 살이 많이 찌는 음식이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다.


2단계

채운다.

자, 비웠으니 채워볼까? 먼저 장바구니를 채워라. 일단 기나긴 방학을 버티려면 문제집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목(이 없다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걸로다가)으로 준비하라. 잘한다 잘한다 해줄 수 있는 칭찬 스티커와 칭찬 스티커 판도 필요하다. 방학 때 독서는 필수니까... 만화책이라도 담는다. 도둑 시리즈도 담고 살아남는 시리즈도 담고, 4자로 끈나는 시리즈(한국 4, 세계 4)도 담는다. 퍼즐은 필수. 500피스는 맞추다가 괜히 엄마~ 엄마~ 소리만 더 들을 거 같아, 200피스로 절충한다. 클레이도 대용량으로 쏘옥. 그나마 집을 적게 어지르며 오랜 시간 놀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 그 외의 색칠공부, 종이접기 책, 종이컵, 풍선 등 스스로 놀 수 있는 거리를 준비한다. 아, 태블릿 PC 속 1일 1 영화 할 수 있는 어플도 미리 결제하여 채워라.

금강산도 식후경. 놀거리를 준비했다면 이번엔 먹을거리를 채워야 한다. 밀키트를 만들어 주신 세상 탁월한 사장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차곡차곡 장바구니를 채워본다. 배달 어플 속 내 스타일 가게도 하나 둘 찜 해놓기. 앗! 엄청 중요한 걸 빠트릴 뻔했다. 나의 주(酒)님도 다양하게 채워본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주님을 찾아 채운다.



3단계

먹는다.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돌밥(돌아서면 밥 시간..)에 지쳐가는 나를 위해 먹어라. 아이를 위해 차린 밥상, 남은 끄트머리를 샥샥 긁어 쪽쪽 빨아 대충 먹지 말고, 제대로 먹어라. 나를 위한 차 한잔은 꼭 필요하다. 고급진 커피로 미리 구매하여 향기로운 홈카페라도 적극 즐겨보자. 어떤 날에는 홈 카페는커녕 믹스커피 봉지도 못 뜯는 날이 있을 테다. 그럴 때는 커피 대신 홈바를 열고 홈Bar를 즐겨라. 타악 하는 소리와 함께 속 시원하게 한 모금하고 나면, 웅녀가 되고야 말겠다는 나의 다짐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아이들도 먹여라. 일단 배가 고프면 기분이 나쁜 법, 당을 채워주자. 맛있는 간식에게 관대해지자. 솔직히 우리 어릴 때는 불량식품 더 먹고살지 않았나? 하니보 , 말랑 켜요, 마이츄 입맛대로 미리미리 준비해서 쉽게 쉽게 넘어가자.

그리고 매일 마음먹어라. 언젠가 개학은 온다. 그러므로 버텨내자고. 꽃 피는 봄이 오면 마늘과 쑥도 몸속에서 피어나 웅녀로 바뀌게 된다는 걸. 어두운 동굴을 벗어나 환한 빛을 보게 될 거라는 걸. 잊지 말고 먹어라. 그리고 감사한 마음도 먹자. 이렇게 매일 비우고 채우고 먹으며 함께 하는 일상이 참 소중하기에. 동굴 안에서 50일을 지지고 볶고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먹어 보자.




벌써 방학을 시작한 곳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당장 비우고 채우고 먹어라.

50일이라는 대장정을 지혜로이 헤쳐 나가 보자.

슬기로운 겨울방학 생활이 되기를.

봄 바람 부는 3월, 웅녀가 되어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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