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실 스키를 가르치는 게 꺼려지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니까, 더 크면 가르칠 요양이었다. 너무 어릴 때 시키면 받아들이는 양이 많지 않아 가성비가 떨어질 것 같아서.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제대로 잘 배우게 하고 싶어서 따지고 재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꼭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표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렇지만 작은애가 어려서 꺼리는 것도 이유에 있었고, 남쪽 지방에서 살아온 나는 추운 날씨를 못 견디게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며, 장비를 이용하는 운동은 전혀 재주 없는 젬병이었기에 나름대로 솔직하게 둘러댔었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한 가지가 있었으니, 나는 실로 스키를 타본 적이 없다. 스키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에 많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보드를 타는 사람이더군. 나는 차마 부끄러워서 스키장에 눈 쌓인 땅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사람임을 밝히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굳게 함구하고, 다른 이유로 방어를 했었다.
택시기사를 하시는 아빠는 언제나 열심히 일하셨다.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셨다. 엄마는 많은 일을 하셨다. 식당에 나가 허드렛일을 하기도 하고 마트에서 판촉 일을 하기도 하고 식당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셨다.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어 공부를 시키고 노후를 준비하셨다. 덕분에 지금 용돈을 드리지 않아도 별 걱정 없이 사실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당시 부모님은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전시회나 비싼 스포츠는 잘 모르는 분이셨다. 접해볼 수 없었기에 자식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커오면서 별로 부끄럽지 않았다. 내 주변에도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본 친구들도 많았고, 전시회라고는 잘 모르는 친구들이 더 즐비했으며, 스키는 극소수들만 즐기는 운동이었다. 내 주변은 그랬다. 아마 지역 특성상 접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도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스키를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우리 동네 엄마들은 스키를 거의 필수 코스로 여기며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차마 그 자리에서 '저는 스키장 한 번도 안 가봤어요'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못 배운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그렇게 나를 외면할까 봐, 우리 아이를 모르는 척할까 봐 불안했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아이 둘의 스키 강습을 신청했다. 아이가 원해서 시작하게 된 거지만, 내 맘속에 자리 잡던 물음표에 답을 찾았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꼭 필수 운동은 아니지만, 내 아이가 커서 누군가가 '같이 스키장 가자'라고 말했을 때, 나와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그래' 하고 흔쾌히 말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나처럼 '솔직히 말해? 말아?'를 두고 고민하지 않았으면 해서 비싼 돈을 들여 투자를 했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가르치려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예전 같았으면 맘카페 같은 곳에 가면을 쓰고 도와달라고 글을 남겼겠지만, 이제 나는 달라졌다. 스키 강습을 받았다는 아이 친구의 엄마를 만나 물었다. 스키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하냐고. 나는 전혀 부끄럽지도 않았고, 무언가 찝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원했다. 강습 선생님께도 '제가 한 번도 안 해 봐서 그러는데요'라고 말하며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난생처음 스키가 아니라 난생처음 스키장에 갔다. 인스타에 피드를 올리며 난생처음 스키장에 간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친 듯한 이 후련함은 뭐지?
4년 여의 시간 동안 나는 그림책을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았다. 나는 나 자신을 오롯이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남들과 같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남들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나의 기분에 집중하고 나의 생각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냥 나는 나대로, 있는 그대로 꽤 괜찮다고 믿는다. 그렇게 나다움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나를 오늘도 응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