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은 조금 아쉬웠습니다만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시골 마을. 사건 사고라고는 통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서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우선 드라마 시작과 동시에 남자아이 한 명이 실종됩니다. 아이 엄마와 지역 경찰은 애타게 아이를 찾는데 정부 요원들은 그들을 방해하고 사건을 조작하죠. 정부 사람들은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일보다는 한 여자 아이를 추적하는데 혈안이 돼있습니다. 한편,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는 사건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정체 모를 괴물을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건 그 동네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무시하고 잃어버린 친구를 직접 찾아 나섭니다.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
출연 : 밀리 바비 브라운, 핀 울프 하드, 위노나 라이더, 데이빗 하버
※ 전 시즌을 망라한 온갖 스포가 다 있습니다.
몰입감이 대단한 드라마입니다. 세 시즌 모두,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웬만하면 끊기 힘들어요. 도대체 윌은 어디에 있는 거고, 괴물은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크고 기이한 세계관은 보통 너무 길거나 아니면 용두사미로 끝나 욕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 하나가 별로 길지도 않고 웬만한 떡밥을 모두 회수합니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미 정부의 비밀 연구소를 둘러싼 음모론이나 다른 차원에 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롭잖아요.
1980년대 미국 전체를 오마주 하는 작품입니다. <스탠 바이 미>나 <구니스> 등을 중심으로 온갖 80년대 미국 영화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시즌3은 1985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당시 개봉한 <백 투 더 퓨처>가 종종 사용됐습니다. 아예 영화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 외에도 조이스(윌 엄마)가 책을 싸들고 과학 선생님을 찾아가는 장면은 <백 투 더 퓨처>에서 마티가 브라운 박사를 찾아가는 장면과 거의 같아요. 시즌1 기찻길 씬이 <스탠 바이 미> 기찻길 씬을 완벽하게 오마주한 것처럼요. 그밖에 당시 미국 전역에 유행하기 시작한 복합쇼핑몰, 그로 인해 밀려나버린 지역 소상공인들, 거기에 소련과의 군비경쟁까지. <기묘한 이야기>는 어떤 미드보다 미국적인 색채가 아주 짙은 작품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의 시즌2는 할로윈에 시즌3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공개됐습니다.
이 역시 다 알고 보면 참 재밌는 배경이긴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의 흥행 포인트가 모두 여기에 집중돼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80년대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지도 않았고, 할로윈에 사탕을 받으려 다녔던 기억이 남아있지도 않거든요.
가령, 시즌3에서 우리의 친구들은 1985년 당시 새롭게 출시됐던 '뉴 코크'를 처참하게 디스 합니다. 루카스가 뉴코크를 따자 마이크는 "어떻게 그걸 마시냐..?" 하며 인상을 찌푸리죠. 뉴 코크는 코카콜라가 경쟁사 펩시 추격에 위기감을 느낀 코카콜라가 100년 가까이 유지했던 제조법을 변경해 출시한 신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결국 단종된 제품입니다. 아마 이런 배경을 알고 있다면 망해버린 뉴코크를 떠올리며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장면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게, 적어도 저에겐 뉴코크에 대한 추억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미 응답하라~시리즈를 통해 '복고'의 즐거움을 쓰나미급으로 맞이한 경험이 있기에 드라마 속 미국의 80년대 풍경을 보면서 '오 이거 완전 미국판 응답하라구만 ㅋㅋ' 하는 정도의 간접적인 재미를 그러려니 느낄 뿐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묘한 이야기>를 누운 자리에서 정주행 한 이유는 '어른들이 싸놓은 똥을 아이들이 치워 나간다'라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친숙한 이 플롯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보지도 않은 <스탠 바이 미> 같은 80년대 영화를 찾아볼 필요도 없어요. 이 플롯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반지의 제왕>입니다. '작고 힘없는 아이(호빗)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거대한 악(샤우론)에 맞서는 모험을 떠난다' 여기서 어른들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을 보조하는 조력자의 입장입니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던 작은 존재들이 우여곡절 끝에 악을 물리치는 이 클래식한 이야기 구조는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멋지게 발휘됐습니다. (실제로 극 중 아이들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팬이기도 합니다. 윌이 사라진 길목을 자기들끼리 '머크 우드'라고 부를 정도.)
시즌3에서도 이 플롯은 꾸준히 이어집니다.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말빨로는 마인드 플레이어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에리카 싱클레어의 활약이 무엇보다 돋보였고요. 막판에 등장하고야 만 과학 덕후 수지와 더스틴의 듀엣 씬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습니다. 가장 긴박한 순간,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사랑스러운 장면을 연출할 수 없었겠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80년대 미국 덕질에 너무 깊이 몰입한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보려던 건 80년대를 오마주한 <기묘한 이야기>지 진짜 80년대 영화 <구니스>를 보려 했던 건 아니었거든요. 넷플릭스로 전 세계가 함께 미드를 감상하는 이 시점에서 사악한 러시아라니요. 러시아 비밀 요원들 중 대장 격인 사람이 자꾸 터미네이터를 흉내 낼 땐 SNL을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재미가 있는 건 분명한데.. 완성도면에서는 전 시즌에 비해서 떨어진 것 같아요. 벽에서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오는 등,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드라마가 개연성을 가진 건 어설프게나마 과학을 이야기했기 때문이거든요. 시즌1-5화에서 아이들은 과학 선생님에게 다른 차원에 대해 물어봅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언급하면서요. 여기서 나온 게 바로 "벼룩과 곡예사"고 이 장면에서 우리는 (사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떻게 다른 차원이 존재할 수 있으며 괴물이 나타날 수 있었는지 조금은 납득하게 됩니다. '음.. 그래 정말 기묘하긴 하지만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얻어진 개연성은 우리가 계속 다음화를 클릭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러시아와 사투하는 시즌3은 이런 개연성은 외면한 채 오로지 80년대를 향해 직행하는 느낌이었어요.
다음 시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시즌4에서도 아마 러시아 분들이 괴물들과 함께 빌런의 두 축으로 등장할 모양인데, 여기서 시즌3에 미처 회수하지 못한 것들을 잘 주워야 할 것 같아요. 굳이 자꾸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만. 꾸준히 성장 중인 밀리 바비 브라운이 보고 싶긴 하네요.
1. 마지막을 짠하게 했던 러시아 과학자 알렉세이가 좋아한 애니메이션은 우디 우드페커라는 딱따구리 만화입니다. 축제에서 다트를 던져서 받은 인형 선물도 딱따구리였죠. 왜 하필 딱따구리인가? 아래 설명을 보면 이해가 되면서도 어째 소름이 돋습니다.
영화 우디 우드페커에서 시작할 때마다 "네, 누구시죠?(Yes, Who?)"라면서 우디 우드페커가 웃는 경우가 많다. 또 그 영화가 시작될 때에 가끔 우디 우드페커가 뒤이어 "모두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해. 그래요 나, 그게 나야, 그게 나야. 그게 내가 되어야만 하는 거야. 나는 모든 나무마다 구멍을 내. 나무를 노크해. 그래, 나무를 노크해. 뭐, 난 미쳤어, 뭐 어쩌라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너도 마찬가지야!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는 이 영화에 대표적인 노래 중 하나다.
2. 시즌3에서 새로 등장해 스티브와의 케미를 보여줬던 로빈은 에단 호크와 우마 셔먼의 딸 마야 셔먼 호크라고 하네요. 어쩐지 매력이 넘치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