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물으신다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캐릭터가 뭐야?"
이런 질문은 난감하다. 마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라는 질문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어딜 가나 전 세계의 음식을 전부 접할 수 있는 지금, 좋아하는 음식 하나를 덜렁 꼽으라니. 그럼에도 우리가 고민 끝에 '떡볶이' 또는 '양념치킨'같은 자신만의 소울 푸드를 입에 올릴 수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조심스레 하나의 인물을 떠올려본다. 바로 <나의 아저씨>의 동훈(이선균分)이다.
식상하지만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평범해 보이는 40대 회사원을 마블에 등장하는 여느 히어로 부럽지 않게 만들어버린 이야기가 또 있을까? 늘 어딘가 조금 억울해 보이는 얼굴로 집과 회사를 오갈 뿐 그다지 특별한 능력도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그는 그야말로 우리 주변의 아저씨다. 조금 못난 형제들이 있고 조금 특이한 주변 사람들이 있다는 게 굳이 다르다면 다른 걸까.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 평범한 남자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상사, 부하직원, 가족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작정이라도 했는지 그를 그냥 두지 않는다. 인간의 내력과 외력을 시험이라도 할 셈이었는지 자꾸 그의 멘탈을 두드린다. 보통의 우리였으면 그냥 주저앉거나 분노를 터트렸을 것이며 때로는 조잡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보호했을 것이다. 하지만 동훈은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상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삼켜낸다. 가끔 입을 열때면 무수한 명언들을 쏟는다. 그렇게 그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히어로로 성장하며 어렵고 힘든 이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따뜻함을 전한다. 그의 대사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 깊이.. 아니 온라인 세상 곳곳에 새겨져 있다. 두 글자로 요약하면 '감명(感銘)'이다.
이선균이니까, 어찌 그를 미워할 수 있으리. 하는 생각도 든다. 오이같이 길쭉한 얼굴로 내뱉는 특유의 중저음을 듣고 있자면 소리를 지르든 욕을 하든 그가 연기하는 어떤 캐릭터든 빠져들지 않긴 어렵다. 하지만 그를 그저 잘생기고 목소리 좋을 뿐인 동네 아저씨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다)에서 16개나 되는 긴 호흡을 함께 가져가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이야기의 힘이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이선균들 중 나의 아저씨의 동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주방에서 쩌렁쩌렁하게 봉골레 하나! 를 외치는 파스타 이선균보다 조용히 골목을 걸으며 내력과 외력을 읊조리는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