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장항준 부부가 극찬했던 그 영화! <코다> 리뷰
CODA(Children of Deaf Adult)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를 칭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본인은 청력에 장애가 없는데 부모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인 거죠. 이들의 삶이 어땠을지 상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코다 (CODA), 2021
감독 : 시안 헤더
출연 : 에밀리아 존스,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트로이 코처, 퍼디아 윌시-필로, 다니엘 듀런트
스포일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코다>는 그 상상을 풀어놓은 이야기입니다. '코다'인 주인공 루비는 이제 대학 진학이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생입니다. 하지만 작은 해안 도시에 사는 루비의 삶은 보통의 고3 과는 전혀 다릅니다. 매일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지만 그 기상은 대입 준비를 위함이 아니에요. 매일 어선에 올라 조업을 하는 아버지와 오빠의 일을 돕기 위해서죠. 아동 학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루비는 가족을 사랑하고 꽤 따뜻한 가정에서 살아왔어요. 뱃일을 끝내면 여느 아이들처럼 학교에 갑니다. 문제는 노래를 좋아하는 루비가 합창단에 들어가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내가 장님이었으면 그림을 그린다고 했겠구나." 엄마는 농담 섞인 시비를 루비에게 쏟으며 다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죠. 순탄치는 않지만 결국 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소통하고 점차 해결책을 찾아갑니다.
코다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루비의 가족들입니다. 농인인데 너무나 수다스러운 가족들. 이것만으로도 벌써 재밌지 않나요? 그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신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입니다. 농인이어서, 코다여서 우리가 했을법한 걱정들은 수어로 귀여운 비속어를 주고받는 가족들을 보면서 말끔히 해소돼요. 자칫하면 '어려운 가정환경에 처해있던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드라마틱한 성취를 이룬다'라는 뻔한 클리셰가 이 흥미로운 가족들로 인해 전혀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됐습니다. 보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본인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얘기하는 엄마 아빠가 특히 매력적이었어요. 보통 영화 속 따뜻한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잖아요. 반면에 코다의 그들의 본인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을 드러내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우리는 네가 필요해 루비.. 우리와 함께 있어줘!" 정작 주인공은 루비인데 이들의 모습이 왜 통쾌한지 모르겠어요.
일정한 공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음악 소재 영화인만큼 <코다>도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진 못합니다. 그래도 음악'영화'인데 영화는 안보여주고 음악만 틀다가 끝나는 당최 알 수 없는 음악 영화들도 있잖아요. 그런 빈약한 스토리 구조를 가진 다른 '음악'들을 떠올렸을 때 <코다>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군더더기를 최대한 생략한 각본과 편집도 좋았고요. 대표곡인 Joni Mitchell - Both Sides Now를 영화가 끝난 뒤 다시 찾게 되는 걸 보면 그 음악 역시 훌륭했던 게 분명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pfK0AWWrDg
루비를 연기한 에밀리아 존스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실제로 농인인 연기자라고 합니다.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는 전부 청인이 수어를 배워 농인 연기를 했는데 말이죠. 우위를 가를 순 없겠지만 기획부터 심혈을 기울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