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지의 영화 리터러시] 그 이후의 인생
<올드보이>에서 기억을 잃는데 실패한 오대수는 미도와 어떻게 살아갈까? <기생충>에서 저택의 지하에 남게 된 기택은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아들 기우가 돈을 벌어 구하러 온다고는 했지만 그건 그냥 상상일 뿐이었다. 우리가 영화관을 나서며 떠올렸던 주인공의 이후 이야기는 가십거리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관객들에게 영화의 결말은 또렷이 남지만 그 주인공이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의 영역에 머물다 곧 없어지는 것이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2020년작 <멋진 세계>의 주인공 미키미 씨 이야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 같다고 말하는 사건 이후의 후일담이다. 그는 어릴 때 게이샤였던 어머니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란 전형적인 반사인간-반사회적 인간-이다. 야쿠자가 되어 보스의 운전기사로 건달 생활을 하다 술집에 찾아온 다른 야쿠자를 살해하고 13년을 복역 후 석방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 같은 삶이다라고 부르는 순간은 그가 야쿠자 조직에서 일하다 나와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게 되는 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이후를 다룬다.
감옥에서 나온 그를 맞이하는 건 냉혹한 현실과 과거에 붙들어 매어 있는 자신과의 괴리감이다. 그는 오랜 수감 생활로 변변한 기술이나 경력이 전무하다. 검도 투구를 만들던 재봉 기술은 이미 낡은 기술이 되어버렸고 운수 일을 하려고 해도 운전면허를 갱신하지 못해 새로 따야 한다. 슈퍼에서는 도둑으로 오인받기도 하고 시끄러운 아랫집과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도와주는 주변인들이 있다. 신원보증인 부부와 그의 취재를 맡은 작가, 동네 슈퍼 사장, 사회 복지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전과자 미카미를 도와주는 건 사회와 격리되어 있던 그에 대한 동정심과 그가 가진 순수함에 있다. 그래서 이 주변인들은 그가 다시 어둠의 야쿠자 세계로 돌아가지 않고 사회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기를 원한다. 결국 야쿠자의 세계로 돌아갈 뻔한 미카미 씨가 구한 직업은 많은 이들이 꺼려하는 요양보호사이다. 그는 이 직업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그를 감옥에 가게 한 그 사건의 여인과 다시 만나는 약속도 잡았다. 그의 인생은 다시 만개하려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카미 씨가 분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건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게 아니라 참지 못하고 '욱' 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시끄럽게 하여 잠을 방해하는 양아치, 약한 행인을 괴롭히는 불량배, 장애인 직원을 괴롭히고 조롱하는 비장애인 직원 등에 대해 정의감이 발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외면하고 못 본 척하라고 말한다. 결국 미카미 씨는 장애 직원을 왕따 시키는 직원의 조롱에 웃음으로 동조함으로써 사회에 대한 적응을 마친다. 이것이 우리가 '멋진 세계'라고 믿고 있으며 비겁함을 강요하는 겨우겨우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다. 퇴근하는 미카미 씨에게 장애 직원은 태풍이 오기 전 거두어들인 코스모스 한 다발을 전한다. 이 소박한 한 다발의 꽃이 이 세계의 유일한 희망이다.
영화 연출의 경력보다 작가로서의 경력이 더 빛나는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처음으로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작가의 원작 소설로 연출을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배우 야쿠쇼 코지의 명연이 빛나는 <멋진 세계>는 한 전과자의 사회적응기이자 한 편의 씁쓸한 후일담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멋진 세계'는 얼마나 위선적인가?
- 모하지 칼럼니스트 (mossis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