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위험임산부가 되었다

입원하던 날

by 모얼리

새해가 밝았다. 찾아온 입덧은 유달리 밥을 못 먹는 거였다. 희한하게 쌀밥만 울렁거렸다. 남편이 돼지갈비찜을 데우는 냄새에 집 밖을 뛰쳐나가기도 했다. 냄새가 나지 않는 빵, 샐러드 이런 건 괜찮았다. 입덧 외에, 가끔씩 피가 나는 것 외에 큰 이상이 없었다. 정기검진 일 전날도 비슷했다. 다만, 아침에 평소보다 조금 더 큰 핏덩어리가 비쳐서, 동네 산부인과에 들렀다.


“피고임이 살짝 있어 보이는데, 자궁경부도 4cm이고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내일 대학병원 정기검진일인데 오늘로 당길까요?”

“불안하면 산모분이 결정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딱 하루였다. 친정에서 자고 그다음 날 아침에 대학병원에 가는 거라, 괜찮을 거 같았다. 오후부터 살짝 생리통처럼 배가 아팠다. 많이 아픈가? 싶었는데 그렇게 아픈 건 아니었다. 마음 한 구석에 걱정의 불씨가 피어올랐지만 애써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병원에 가서 대기하는 동안 화장실에 갔다. 핏덩어리가 조금 더 컸다. 초음파 검사할 거니까 괜찮겠지 생각했다.


대학병원에서 초음파는 전문의 선생님이 봐주셨다. 기계처럼 일사불란한 검사공간에서 그날따라 선생님이 말이 없으셨다.


“산모분, 잠깐 계세요.”


선생님이 후다닥 커튼뒤로 나갔다. 몇 분이 흘렀을까, 교수님 방 간호사 선생님이 뛰어오셨다.


“산모분, 옷 입지 말고 얼른 오세요. 교수님이 지금 응급 분만이 있으셔서 얼른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


대기장으로 가니 수많은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뭐지, 이상했다. 검사용 치마를 엉거주춤 잡고 남편과 함께 교수님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자궁경부가 열렸어요. 다행히 양수가 터지지는 않았는데, 지금 아가 나오면 못 살려요. 일단 입원해서 응급 수술을 해봅시다. 서 계시면 안 돼요. 남편분은 간호사 선생님께 설명 들으세요.”


어디서 생긴 지 모르는 휠체어에 앉아 밖으로 나왔다. 남편이 나를 놓고 이것저것 수속을 밟는 동안 내 발을 잠깐 바라보았다. 아직 19주인데? 일단 회사에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팀장님, 제가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할 것 같다해서요.”


갑자기 줄줄 눈물이 흘렀다. 내가 뭐라고 설명했던 것도 같은데, 팀장님이 일단 회사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던 것도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병원 로비에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엉엉 울음이 터졌다. 갑자기 가슴 한복판에 삼키기도 힘든 뜨거운 불이 생겼다. 수속을 마친 남편이 와서 얼른 손을 잡았다. 그 와중에도 힘을 주면 안 될 거 같아서 힘겹게 울음을 삼켰다. 그날, 나는 고위험임산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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