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될 수 있다

임신을 위한 나의 계획

by 모얼리

병원에 가는 날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빨간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내내 남편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피검사 결과는 병원앱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몰라 빨갛고 파란 숫자를 노려볼 뿐이었다.



산부인과 주치의 선생님은 혈액수치 이외에 임신을 하면 안 되는 특이한 점은 없다고 하셨다. 풍진에 대한 면역도 있고(Rubella lgG 정상, Rubella lgM negative : 면역이 있고, 풍진결과 음성), 갑상선 기능도 정상이라 하셨다. 먹고 있는 약은 소량이라 임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 하셨다.


"임신해서 만나요."


살짝 웃어주셨던 것 같은데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엽산약을 처방받고, 간호사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산부인과 입구를 나왔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전화를 걸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산부인과 검사했는데, 임신해도 된대요."


내가 이렇게 간절하게 임신을 원했나?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전화 건너편의 엄마도 떨리는 목소리로 '주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임신을 해도 되는구나. 마음먹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닐 텐데, '해도 된다'는 말이 무슨 마법의 주문같이 들렸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 하는 것은 간극이 크다.


마침 여러 친구 가족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라, 그중 한 명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 부부를 엮어 준 그 “회사 후배” 부부는 그다음 해엔가 내가 소개팅을 주선해서 먼저 결혼했다. 서로가 서로를 이어준 인연으로 생긴 회사 후배의 딸은 남편을 보자마자 손을 잡아끌었다. 남편의 무릎에 앉아 조잘조잘 떠들고, 자기 방의 비밀공간으로 안내해 둘이 뭘 그렇게 속삭였다. 가슴 한 구석에서 따뜻한 기운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저 남자는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 나는 내가 임신을 수월하게 할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기도 했고, 2년 대학원 생활의 마지막 1년 차의 초입이었다. 지금은 너무 바쁘니 3개월 동안 엽산을 먹고, 여름방학 시작 즈음에 임신하면 완벽한 계획 하에 탄생할 것 같았다. 남편과 나는 가을과 겨울생이니, 따뜻한 봄에 아가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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