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se alarm
엽산을 3개월 넘게 먹고, 임신을 준비했다. ‘한 번에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했다. 친한 친구가 배란테스트기 사용법을 알려줬다. 이것만 쓰면 바로 임신이 될 것 같았다.
첫 달은 실패로 돌아갔다. 남편은 늘 너무 기대를 말라고 했는데, 난 매사에 기대를 한다. 두 번째 달도 그냥 넘어갔다. 약간 초조했다. 그리고 그즈음 꿈을 꿨다. 분홍색의 보들보들한 털의 아기돼지가 내 품에 쏙 안겼다. 일어나서 남편을 흔들며 외쳤다.
“나 태몽 꿨어!”
우습게도 그 꿈이 있고 얼마 후에 두 줄이 떴다. 코로나 두 줄이었다. 남들 다 걸리고 나서야 이제야 걸리다니, 태몽 같은 귀한 꿈을 코로나로 날리는 건가.
두드려 맞는 것 같은 통증에 동네 병원을 가서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았다.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감염 위험성과 약제 투여 시 이점을 고려하여 약 복용을 결정한다. 전화로 간호사실과 연결해 여쭤보니 주치의 선생님은 약을 먹으라 하셨다. 팍스로비드는 입안이 썼다. 5일 치 처방된 약을 다 먹고도 이틀을 더 앓았다.
더운 여름을 맞았다. 여전히 소식은 없었지만, 또 아팠다. 이번에는 대상포진이었다. 두피로 온 대상포진이라 누울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임신을 하려면 건강해야 할 텐데 자꾸만 아팠다. 그 와중에 혈액수치는 여전히 미묘하게 비슷했다. 일상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급격히 좋아지지는 않았다.
또 꿈을 꿨다. 까만 머리숱이 빽빽한 남자아이가 나랑 노는 꿈이었다. 기다려달라는 뜻일까? 여름이 속수무책 지나갔다. 내가 아가를 기다리는 걸 아는 회사 후배 모임에서 기를 받아왔다. 네 명 중에 나만 아가가 없었다. 세 명의 엄마들이 내 배에 손을 얹고 기를 전해줬다. 한 친구는 임신을 위한 명약이라며 손에 꼭 쥐어줬다.
“우리 아가 간식이에요.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언니.”
속삭이듯 말하는 그 목소리가 집에 가는 내내 귀에 자꾸 맴돌았다. 내 인생은 대부분 늘 계획대로 잘 흘러갔는데, 이것만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우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