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찾아왔다
여름이 끝날 무렵, 그리고 아기 돼지꿈을 꾼 이후로 3개월쯤 됐을 즈음, 컨디션이 이상했다. 아랫배가 찌릿찌릿 아프고 몸이 늘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리 임신테스트기를 한 묶음 주문했다. 아침마다 밤마다 확인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밤에 하고는 깜박하고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을 갔더니 아주아주 희미한 두 줄이 보였다.
될 거라고 믿고 확인했지만 처음 든 생각이 “진짜?”였다. 임밍아웃할 겨를도 없었다. 진짜가 맞나 싶어 남편에게 말했다.
“나 임신했나 봐요. “
남편은 웃으면서 그렇게 빨리 확인이 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종류가 다른 여러 개의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진짜였다. 언제 산부인과를 가면 되는지 인터넷에 검색했다. 그러다 문득 ”재생불량성빈혈 환우회 카페“가 떠올랐다. 가입한 지는 꽤 오래인데, 혹시 정말 임신이라면 다른 환우의 이야기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임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부정적인 글들 사이로 임신 출산에 대한 후기를 공유한 환우분의 글이 보였다. 수치가 나랑 비슷한 때가 있거나 더 안 좋으셨을 때도 있었는데, 아가를 무사히 낳으셨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마다 소견은 다르지만, 이 분의 주치의 선생님은 출산을 응원해 주셨다고 했다. 다만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의 경우 조산 확률 40%, 임신 중독증 확률 8%, 개월이 지날수록 아가가 뱃속에서 자라지 않을 확률 40% 라는 정보를 공유해 주셨다. 생각보다 수치가 높았다. 아니, 사실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해당되면 100%니까.
동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었다. 아주 유명한 선생님들은 예약이 어려워, 가장 빠른 예약을 잡았다. 친정아버지 같은 스타일이라는 후기가 있었다. 병원에 가서 대기하고 있으니 다들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다음에는 남편도 같이 오자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둥글둥글한 인상의 선생님은 초음파부터 보자고 하셨다. 심장이 떨렸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화면만 뚫어져라 봤다.
“아기집이 예쁘게 생겼네요. 아직 일러서 2주 후에 다시 봐야겠어요. 그런데 재생불량성 빈혈이면 여기서 못 낳아요. 원래 다니던 병원에 꼭 협진 요청하세요. 산모분을 안 받는 게 아니고, 위험해서 그래요. 아가 보고 싶을 때만 가끔 와요, 알겠죠? “
행복하고 위험한 여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