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를 지나고 계신가요?

그림책 '멈춰 바라보면'에서 길어올린 의미

by ㅁㅗ하니

인문독서추진단 선생님들의 진정성 있는 초대의 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신진 작가를 섭외할 수 있었다. 이번 연수에도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 사랑을 받고 있는 '제철 행복'의 김신지 작가를 초대했다. 자연의 절기가 내어주는 여유를 잔잔하게 풀어나간 글은 의미 추구병에 걸린 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글은 작가를 닮는다 하더니 강의 분위기도 유쾌하고 말랑말랑했다.

‘제철’은 딱 알맞은 때, 딱 알맞은 시간을 뜻한다. 작가는 자연이 건네는 제철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게 행복이라 말하는 거다. 그래, 자연에 제철이 있듯 우리 인생에도 제철이 있지. 연수 주제가 '내 인생의 제철 행복'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제철은 언제였을지를 묻게 된다. 10대? 20대? 아니면 아이들 키우느라 통으로 날려버렸다고 했던 30대? 언제가 내 제철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철을 나이대로 생각해버리는 나도 우습다.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난 10진법 시간 기억을 갖고 있구나. 사실 정말 행복했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순간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행복'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행복은 그저 "불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행복은 우리가 불행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그 모든 시간의 이름이거나, 혹은 내가 불행해진 뒤에, 불행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뒤늦게 얻는 이름이라고.


문학 평론가 신형철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문장이 생각난다. 행복은 실재하지 않으며 분명하지 않아 딱히 이름을 붙이기 뭐한 것에 붙인 명사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확고한 믿음을 준 문장이다. 명사로 명명한 것 자체가 허상이란 생각도 든다. 차라리 동사 행복'하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문학 평론가이자 김기석 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잘 산다는 것은 내가 지금 어떤 때를 지나가고 있는지 알고,
그 때에 맞는 아름다움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래 제철 행복이라는 건 내가 지금 어떤 때를 지나가고 있는지 알고, 그 때에 맞는 아름다움을 살아내는 거야. 같은 말 다른 느낌 정도가 아니라 더 명료해졌다. 그러면서 그림책 '멈춰 바라보면'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원고를 쓸 수 있게 됐다.

그림1.png 아술 로페즈의 '멈춰 바라보면' 한 장면

그림책에서 사람들은 늘 바쁘다. 너무 바빠서 시간 같은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말한다. 나도 바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산다. 마치 시간과 경쟁하며 사는 것처럼, 가장 편한 핑계가 바쁘다인 것처럼.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나요?

철학자 이정우도 시간과 공간은 중요한 철학어로 보고 있다(이정우의 '개념-뿌리들' 중).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질문하기 전 시간에 대해 생각해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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