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건넨 질문

아술 로페즈의 '멈춰 바라보면'을 함께 읽고

by ㅁㅗ하니

벌써 3년째 방학 때마다 책쓰기교육 연수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여름 연수에서는 아술 로페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멈춰 바라보면'으로 책대화를 시작했다. 철학적탐구공동체 대화를 위해 자리를 원형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유자형 배치가 최선이었다. 자리 배치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도 공간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지고, 얼굴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먼저 그림책을 돌아가면서 읽었다. 그림책은 글 만큼이나 그림도 중요하기 때문에 각 장면의 그림에서 읽혀지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읽기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각자 마음이 머문 장면이나 문장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체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왜'를 묻는 질문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왜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을까?

땅에서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남자를 조금씩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남자는 자기가 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길 바랬을까?

왜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덜 중요하게 되었을까?

왜 사람들은 바쁘면 시간 같은 건 상관이 없어질까?

왜 남자는 구멍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완전히 텅 비어 있는 것이 궁금했을까?

왜 남자는 구멍에 대고 소리를 질렀을까?

사람들이 자기들 소리만 듣고 산 이유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줄지어 다닐까?

질문은 다음 단계 대화로 이어진다.

" 남자만 혼자 모자를 쓰지 않았어요."

" 전 그 부분은 알아차리지 못했네요. 사람들과 달리 왜 남자만 모자를 쓰지 않았을까요?“

" 모자를 쓰면 하늘을 올려다보기 어렵잖아요. 모자를 쓰지 않은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요."

다른 분이 더해 주셨다.

"맞아요. 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게 해요. 남자가 서서히 일어나 모자를 쓰는 장면에서 시선이 아래로 내려 가고 있어요."

또 다른 분도 더해 주셨다.

“음, 정말 그러네요. 모자를 쓰면 시선이 위를 향하지 못하겠네요.“

"남자 뒤쪽 풀들도 서서히 장면에서 사라지는 것이 희망이 없어지는 것을 표현한 것 같아요."

이어 다른 분이 말씀하셨다.

"책에서 남자는 궁금증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 모자가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에서 특정한 틀이나 기준에 맞춰 생각하게 하는 거로 보여요."


혼자 읽었다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모자’가 갖는 메타포를 생각할 수 있었다. 책 대화는 각자의 질문으로 시작하기에 답도 열려있어 함께 읽고 대화하다보면 여러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수렴되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각자의 마음 속에 울림을 주는 질문과 생각을 만들었다면 그림책 대화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늘 그렇듯 그림책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멈춰 바라봤을까?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후 강의를 준비하면서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질문에 매달려 생각했다.

멈춰 하늘을 바라보고, 구멍을 들여다보는 이 남자가 질문한다.


잘 지내고 있나요?

바쁘게 살다 문득 드는 질문이 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하고 있는 건지, 하는 일에 내가 있는지. 누구나 질문을 만나지만,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어떤 이는 알아보지 못하고, 어떤 이는 무시하고, 어떤 이는 멈추고. 그림책 남자처럼 멈춘다는 건 만나는 질문에 반응하는 거다. 멈춘다는 건 지금의 상황을 당연하지 않게 보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행위다.


연수 주제가 '내 인생의 제철 행복'이다. 제철은 '딱 알맞은 때'를 말한다. 자연에 제철이 있듯 사람에게도 제철이 있다. 각자의 제철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다. 즉 내 인생의 제철을 말하려면 내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려면 흘러가는 시간에 점을 찍어야 한다. 그래 멈춤이 필요하구나. 이렇게 그림책에서 난 '시간'을 길어올렸다. (다음 이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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