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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Sep 12. 2020

목표

솔직히 죽는게 두렵긴해도

언제 어떻게 되어도

미련은 없단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요며칠 사이엔

조금만 몸이 안 좋은 것 같아도

억울하고, 만약 이대로

얼마 못 살거나 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단 생각이

(내 기억엔)태어나서 처음 들었다.


어릴 때부터 늘 결핍을 느끼며 컸다.

흔히들 말하듯 가정 경제사정이

넉넉치 못해서,

아빠도 엄마도 늘 가족을 먹여살리느라

바쁘셨고 할머니 손에 크느라

뭔가 늘 엄마를 기다리는 기분으로 자랐다.

그럼에도 우리집은 늘 돈이 부족했고

그래서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도

원하는 곳에 가는 것도

원하는 곳에 사는 것도

나에겐 늘 꿈같은 일이고 생각할수록

슬퍼지기만 하는 일이었다.


아주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집에 빚이 계속 있다는 것은

숨막히게 예민해지고 분노가 많아지는 일이란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인지 난 사는 게 마냥 행복한 적이

많이 없었고, 집안이 피기 시작한

이십대 때부터 조금 나아진 것 같다.

그런데도 어렸을 때의 잔상은 오래 남아서

약간의 우울한 감성은

아무리 떼어내려해도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내 발에 붙어있다.

사라진 것 처럼 보이지만 늘 내 옆에 있었다.


그런 가난, 결핍에 대한 경험은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된 이후에

뭔가를 계속 사고, 쇼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으로

크게 나타났다.


내가 힘들게 돈을 버니까,

이만큼은 사도돼

라는 마음이 컸다.

인생에 목표도 없었다.

이뤘다고 생각했으니까..

회사에 입사해 정직원이 되는게 목표였는데,

그를 이뤘으니 나에게 돈을 모을 이유도

없었고 그 이후의 삶도 계획도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즐기면서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았던 것같다.

그리고 이만큼은 입고, 사야 내가 존중받을 수

있다고 그런 유리처럼 얇은 자존감으로

지내왔다.


그런데 이제 스멀스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루고 싶던 일, 진짜 욕망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해서

숨겨놨던 것들을 마주보고

하고자 하니까


이제야 미련이 생긴다.

삶을 똑바로 살고 싶고

하루 하루가 아깝고 귀중해진다.


시간이 이렇게 금쪽같고

내가 버는 돈들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나 싶다.

약간은 피곤하지만

아무 목표 없던 순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하고 싶은 걸 하기위해선

아프면 안된다. 무슨일이든 건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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