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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호 Sep 30. 2020

연애


근래 남자친구에게서 고치고 싶은 점

몇 가지를 , 아니 수십 가지를 발견하곤 했다.

그러다 문득 점쟁이에게

이 사람이랑 결혼해도 될지 말지

물어볼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려고

버스를 타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걷는 것을 시작하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점쟁이가 헤어지라 한다면,

그래서 내가 결국엔 헤어지게 된다면,

단 한 번도 내 남자친구를 겪어보지 못한

점쟁이가 한 말에 따라

내가 겪은 이 사람에 대한 결론을 짓는다는 것인데,


그 결론을 받아내야 할 사람은 난데,

왜 그 결정권을 남에게 줘야하지

그러면 정말 후회 없을까

그 자체가 이미 상식에서 벗어났고,

뭣보다 오히려 내 결정권을 남에게 준 것은

내 자유를 준 것이나 다름 없다.


결정을 지을 자유,

그로 인한

결론을 받아들이는 책임

모두 내가 스스로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판단을 남에게 맡기지도

의지하지도 말고

내 진심과 내가 진짜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잘 들여다보고 신중히 내려야 하는 것이다..


남자친구의 수백가지 좋은점과

수백가지 단점,

그 중 수백가지의 좋은점은 점점 당연시하고

단점들은 바꿔버리고 뱉어버리려 하는 것은

어쩌면 폭력과도 같다.


당신이 내 생각대로 움직이길

내 마음대로, 나와 똑같이 행동 하기를

바라는 그것이

나의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고,

나 또한 그에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

그도 나에게 완벽하게 맞춤옷이 될 순 없다.


혼자는 외롭고

둘은 괴롭다면

그런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서

그래도 그 둘 중에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원하는 쪽을 알아내고

그 쪽에서의 최선을 다하자.

이도 저도 아닌채

내 맘대로 사람을 바꾸고 조종하려하지 말고.

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뀔수도 있지만

평생 안 바뀔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받아들일만한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나에게 그만큼 소중한가?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내 자신에게 솔직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반성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저녁은 좋은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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