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경험중
자발적으로 퇴사를 했으면서
수 많은 생각들은 매일의 나를 괴롭혔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진짜 괜찮을까?'
'하루종일 영화, 드라마만 봤어.. 나 뭐하고 있는거지?'
'사고 싶은게 있어.. 돈도 안 벌면서..'
'직업 타이틀이 빠진 나라는 사람은 뭐지?'
남편은 돈을 벌고 있는데,
엄마 아빠도 돈을 벌고 있는데,
어머님 아버님도
그런 죄책감에 시달렸다.
나만 이렇게 쉬어도 되나? - 주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다른 사람들은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도되나? - 시간을 알차게 못 쓰고 있다는 죄책감
죄책감때문에 그래선 안되는데도,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
시간을 알차게 쓰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했다.
이를 남편에게도 얘기했다.
남편은 늘 나보고 진짜로 쉬라며 편하게 쉴 때도 필요한 거라고 그런 마음을 절대 가지지 말라했다.
어제 오후까지만해도 난 저 가장 큰 두 가지 죄책감에 시달렸다.
생각해보니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단 하루도 마음편히 쉰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스스로 직업을 제외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져서 괴로웠다.
그래 난 졸업 후 8년간 쉼없이 일했고
6개월을 쉬었을 뿐인데
스스로를 식충이 취급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늘 가장 스스로에게 혹독하고 잔인하다.
회사를 그만둔 것일 뿐인데
스스로를 폄하하는 것과 죄책감에 시달려 진짜 쉬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바로 자신이다.
내가 난 지금 행복해
근데 내가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라고 남편에게 말하자
남편이
"살고 있는 거잖아 그걸 하고 있는 건 하는 게 아니야?"
라며 물었다.
살고 있다는 건 항상 무언갈 생산해내거나, 발전된 결과물을 보여줘야만
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게 될 때서야 비로소 나는 진짜로 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