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적응과 10년 주기 리셋: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것
인간은 약 10년을 주기로 정체성과 삶의 방향에 변화를 겪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인생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도 설명 가능한 흐름이다.심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는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이다. 에릭슨은 인간이 각 생애 단계에서 주요한 심리적 과업을 해결해 나가며 성숙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대에는 친밀감 대 고립(intimacy vs. isolation), 30~40대에는 생산성 대 침체(generativity vs. stagnation)와 같은 과제가 중심이 된다.리 이는 우리가 10년 주기로 새로운 질문과 삶의 방식에 부딪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한, 현대 경력개발 연구에서는 성인이 10년 안팎의 주기로 정체성과 목표를 재정의하며 커리어를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커리어 앵커(career anchor)'가 변화하거나,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내적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돌아봐도 이 흐름은 분명했다. 10대에는 정체성을 탐색했고, 20대에는 가능성을 증명하려 애썼다. 30대에 들어서자 단순한 성취보다 지속 가능성과 균형, 그리고 진짜 ‘나다움’에 대한 질문이 떠올랐다.
해외에서의 삶 속에서도 이 흐름은 반복되었다. 처음엔 생존과 적응, 그다음은 성장과 자리 잡기, 그리고 지금은 방향 재설정과 의미 있는 전환의 시기. 이 변화들이 더 이상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결국, 우리는 매 10년마다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된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원하는가?’
이 질문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 다음 10년을 단순히 기다리지 않고, 의식적으로 설계해야 할 하나의 프로젝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변화했다.세 스마트폰의 대중화,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 인공지능의 등장,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의 확산. 이 모든 변화는 우리가 일하고 소통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꿨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어떤 직업은 사라지고 어떤 일은 새롭게 탄생했다. 10년 전 ‘유망 직종’이었던 일이 지금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UX 디자이너, 디지털 헬스 전문가 같은 직업들이 채웠다. 동시에, 우리가 일하는 장소와 시간, 협업 방식까지도 유연해졌다. 과거에는 안정성과 명함 한 장이 커리어를 증명했다면, 이제는 포트폴리오와 적응력이 그것을 대신한다.
이런 시대에는 단순히 ‘전문가’이기보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는다. 학벌이나 경력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열려 있는 태도’, ‘협업할 수 있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행력’이다.
우리는 지금, 한 번 배운 기술로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다시 조정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그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능력은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다.
한때는 "하나의 직업으로 정년까지 간다"는 것이 안정된 인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더 전통적인 커리어의 길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기술 변화의 속도, 산업 재편의 흐름, 사회적 요구의 변화는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10년 후에도 존재할지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커리어를 설계해야 할까?
이제는 "평생 직업"이 아니라, **"10년 단위의 프로젝트"**처럼 커리어를 바라보아야 할 때다. 매 10년마다 스스로의 관심사와 역량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의 길을 꾸준히 가는 것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나는 이제 긴 커리어의 성공보다, 각 10년 단위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이 디자인에서 시작해 전략과 기술로 확장하고, 언젠가는 창작과 공동체로 흐를 수도 있다. 경로는 바뀔 수 있지만, 핵심 가치는 나와 함께 간다는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이런 유연한 관점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변화 앞에서 덜 흔들리게 해준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역시 다음 전환점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그리고 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