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진진 Nov 21. 2024

토요일엔 향수 2개와 복권을

일을 하다 보면 월말 연초 축제시즌처럼 무조건 바쁠게 예상되는 날들이 존재하곤 한다.

우리 호텔의 경우엔 체크인 수가 평일의 배가 되는 토요일이 가장 바빴다.

체크인 수도 많고, 많은 고객이 찾아온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 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여러 번의 토요일을 겪으면서 바쁨을 어느 정도 각오해도 각오만으로 힘듦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았고, 일하기 싫은 마음으로 시작하면 일이 배로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출근 정말 너무 하고 싶어' 까지는 아니더라도 출근을 했을 때 나를 위한, 내가 잠깐이라도 즐거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러다 찾게 된 나만의 소소한 힐링법을 공유하고 싶다.


첫 번째 방법은 "향기로 잠시 힐링하기"

나는 향기로 분위기 전환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토요일 출근날엔 왼쪽 손목, 왼쪽 귀뒤 / 오른쪽 손목, 오른쪽 귀뒤에  각각 다른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한 번씩만 뿌리고 출근했다.

평소에 강한 향보다는 연한 향수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향을 두 가지를 뿌려도 괜찮았다.


그리고 두 가지의 향수를 뿌렸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정신없이 일하다가,

나도 모르게 왼쪽 손이 코 가까이 지나가는 순간, 왼쪽에 뿌린 향기로 잠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오른쪽 손이 스치면, 왼쪽과는 또 다른 향기의 세상이 내게 머물다 간다.

바쁜 와중에도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스쳐 지나갈 때마다 잠깐씩 힐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없는 그곳에서 0.3초 벗어남으로써 힘든 감정들이 0.3 정도 사라지고, 두 가지 향으로 일을 해내면 두배로 힘을 얻는다.  향기 힐링은 만족도가 커서 나중에는 팔이 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면 얼마나 좋았을까 엉뚱한 생각도 꽤 여러 번 할 정도였다.



두 번째는 "로또 1등 당첨의 힘"

향수 2개를 뿌리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한 가지를 더추가했는데, 호텔 가까이의 복권 판매점에서 로또 한 장을 사서 출근하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조는 퇴근이 밤 10시라 근무를 마치고 로또번호를 확인하면 시간이 딱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하는 동안 로또 당첨이라는 기대감을 원동력으로 삼았고 기대감은 생각 보다 힘이 강력했다.


'로또 1등이 되면'이라는 상상으로 없던 힘까지 끌어낼 수 있었던 나는, 토요일에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한 번씩 복권을 선물하곤 했다.


힘들 때마다 서로에게, “로또 1등 되면 뭐 하고 싶어요?" 또는 "로또 1등 당첨되면 저 내일 출근 안 할 거예요"라는 실없는 농담과 격려를 건네면서, 웃음 짓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다.


물론 퇴근하고 당첨되지 않은 로또를 확인하면 급격하게 힘이 빠졌지만, 가장 바쁘고 힘든 순간을 버티기엔 괜찮은 방법이었다. 나의 방법을 듣고 따라 하던 친구 말에 의하면 긁는 복권 스피또도 괜찮다고 한다. 근무를 마쳐도 긁기 전까지는 놀랍게도 계속 힘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어쩌면 나는 사소한 것에 감동을 잘 받는 편이라 이 방법이 내게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찾기 어려운 회사에서 나를 위한 뭔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선물 같은 순간을 스스로 만들어서 잠시라도 힘듦을 잊는 것이 포인트다.


희망 힐링이 필요하다면 복권을, 향기 힐링이 필요하다면 향수 2개를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