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불물"
"균형"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균형은 중요하다.
균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상황은 비슷할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균형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호텔은 주차공간이 적었고 주차장을 호텔이 아닌 주차업체에서 관리하였기에,
호텔 이용객을 제외하고는 무료주차를 제공하기 힘들었다.
하루는 호텔 방문객이니 주차등록을 무료로 해달라는 손님이 왔고, 응대하던 직원은 투숙객 외에는 무료 등록이 어렵다고 여러 번 설명했지만 손님은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손님의 차량은 방문 목적이라기엔 주차시간이 6시간이 넘어갔다.
그러다 손님은 이 직원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며 내게로 왔다.
근무 1년 차였던 말귀를 더 못 알아들을 내게,
막무가내로 주차등록하라는 말과 함께 옆에 있는 동료직원 욕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던 시기였기에,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게 무료 주차 제공은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결론은?
손님은 호텔을 떠나가라 소리 지르기 시작했고
소비자고발센터에 신고하겠다고 직원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외국인 투숙객들의 불안한 눈빛들.
아차 싶었다. 내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호텔 고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버렸다.
곧바로 불안해하는 고객들에게 손님이 왜 소리를 지르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했고, 걱정하는 고객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괜찮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이 상황에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퇴근 후 나의 고민을 엄마와 통화하면서 털어놓았고 그때 엄마가 해준말이 지금까지도 내게 남아있다.
" 한 명이 불이면 다른 한 명은 물이 돼야만 일이 마무리가 돼."
불과 물. 평소에 이 말을 들었다면 무슨 말인가 싶었겠지만 내가 겪고 보니 알게 되었다.
역할이 나눠져야 했다.
고객과 직원의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라면, 옆에 있던 나까지 불처럼 화를 내기보다는 나는 물이 되어
고객에게 상황은 안타깝지만 어려울 것 같다고 조금은 부드러운 태도로 다가갔어야 한다.
서로 내 감정이 상한 것만 집중하다가 마무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 고객도 시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악화된 마지막에 알겠다고 수긍하기엔 자존심 상하고 머쓱했기에 끝까지 억지를 부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때 만약 내가 물이 되었다면, 고객이 소리 지르고 난리를 치는 상황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이전까지의 나는 꽤 불같은 사람이었다.
뜨거웠고 열정적이고 의리 중시하고,
하지만 그때 이후로 뜨거운 불의 인생만 고집할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차분한 물도 되고 불도 돼야 함을 배웠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까지 가기 전에 막을 수 있고, 일이 마무리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