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진진 Dec 05. 2024

"러기지 카트 사건"

(충무로역을 곁들인)


호텔에서 일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뭐예요?

질문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기억 중 하나는

 "러기지 카트 사건"




장기투숙을 하던  외국인 고객이었는데

한국에 없는 주스를 찾아달라고 하거나

배달을 시켜놓고 돈이 모자라다고 그냥 가버려서

배달원분에게 우리가 사과하거나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고객의 체크아웃 날,

제일 바쁜 일요일 12시에 많은 고객들 사이로

고객은 러기지 카트를 직접 써도 되냐고 물었고,

사용하고 로비에만 두면 된다고 난 대답했다.


그리고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자려는데 뭔가 찜찜했다.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카트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걸 보지 못했다.


급하게 호텔에 전화해 직원에게 확인했을 땐

카트 두 개 중 하나만 있고 다른 하나는

각층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고객이 짐을 카트에 엄청 쌓아 올려서

출입문쪽으로 끌고 나가는 게 마지막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직감적으로 고객이 가져가버렸다는 걸 알았다.

분실 가능성이 컸기에 바로 카트 가격을 검색하니

100만원이 넘었다....... 무조건 찾아야 했다.

 

머릿속으로 단서를 하나씩 떠올리면서

셜록 홈즈처럼  추적하기 시작했다.

체크아웃날이었으니

호텔을 옮기거나, 인천공항으로 갔을 것이고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것이다.

무거운 카트를 인천공항까지 가져가진 않았을 테니

내일 해가 뜨면 호텔과 가까운 충무로역까지

동선을 따라가며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다음날,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했다.

몸을 가볍게 해서 주변 곳곳을 찾아보려고

호텔에 들려 가방을 두고 나오는데  

어제 잃어버렸던 러기지 카트가 제자리에 있었다!?


동료직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들었을 때

나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충무로역으로 출근하는 다른 부서의 직원분이

충무로역 출구로 나오면서 카트를 발견했고,

'호텔에서 사용하는 카트 같은데 왜 이곳에?'

생각하며 와보니 우리 호텔 카트가 없었던 거다.

이야기를 들은 직원이 가서 가져왔다고 했다.


카트는 충무로역 출구에 덩그러니 세워져

혼자 그곳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다.

찾아서 너무나 다행이고 일은 잘 해결됐지만,

지금도 의문이다.


손님은 무거운 카트를 왜 역까지 끌고 갔을까?

어떻게 역에 세우고 그냥 가버렸을까?

한국을 뜨면 상관없다고 생각한 걸까?

많은 의문은 결국 해결되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직원들 사이에 소문이 났고

나는 한동안 웃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직원들은 웃고,

나는 100만원인걸 확인했던 순간이 떠올라 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