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강진 만덕 광업 주차장에서 일어나 덕룡산에 올랐다. 8월의 땡볕 아래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다. 3일간 해남에 있는 100대 명산에 도전 중인 우리는 차박을 하기 전 근처 목욕탕에서 샤워를 했는데 이용객이 적기 때문인지 늘 일찍 문을 닫았다.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팠지만 목욕탕이 문 닫기 전에 얼른 강진 남도 목욕탕으로 향했다. 오후 6시 반에 도착했는데 벌써 마감을 했는지 카운터에 아무도 없었다.
“실례합니다. 계세요?”
우리가 다급하게 주인을 부르자 안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나왔다.
“씻게요?”
루루와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들어가 보셔요.”
“감사합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여탕 청소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안에 있는 직원에게 일부러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옷을 벗는데 그분의 통화 내용이 나를 당황시켰다.
“아이고, 손님 왔네. 나는 오늘 모임 못가. 못 간다니까. 손님 왔다고. 못 가.”
뒤통수가 따가웠다. ‘얼른 씻고 나와야겠다.’ 민망해서 얼른 탕으로 뛰어갔다. 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손님이 세 명 더 있었다. 그나마 눈치가 덜 보여 안심이 됐다. 나는 땀을 씻고 온탕에 들어가 등산으로 피곤한 몸을 녹였다. ‘5분만 있자’
그때 사우나실에서 나온 세 명이 온탕으로 들어왔다. 앳된 얼굴이 학생으로 보였다. 오래된 목욕탕 특유의 분위기 속에서 아기처럼 활짝 웃는 세 명의 여학생이 참 귀여웠다. 그런데 세 명 모두 수화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쩐지 장난을 치는데도 정말 조용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쩜 저렇게 순수하게 웃을까. 나도 그랬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나에게도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 친구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수화로 이야기하면서 계속 웃었다. 그 고요한 웃음이 내 마음까지 씻겨준 기분이었다.
옛날 시계, 낡은 대야, 오래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남도 목욕탕 온탕에서 뜻밖의 온기를 선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