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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조 Sep 20. 2022

질문 여섯,

나만 알고 있는 파리의 숨은 명소.

Q. 남들이 모르는 파리의 나만의 장소


남들이 모르는 파리의 나만의 장소는 비밀로 남겨두고 싶다, 정말 나만 알고 싶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만 아는 장소라는 곳이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그나마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을 것 같은 곳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곳이 한 군데 떠오른다.

파리 지하철 1호선의 Franklin D. Roosebelt 역이다.

Flanklin D. Roosevelt 역은 1호선과 9호선 환승역이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날 밤 파리의 밤길을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제일 가까운 1호선 역이었던 Flanklin D. Roosevelt역을 들어갔다. 그때, 옅은 황금빛으로 꾸며진 이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람에게 한눈에 반하듯, 갑자기 그 공간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샹젤리제에 갈 일이 있으면, Goerge V 대신 일부러 Flanklin D. Roosevelt역을 이용했다.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는 효율성보다는 낭만이 먼저였던 때니까 매번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파리 여행 중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일부러 들릴 듯하다. 


  그나마 다른 사람은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 모르는 나만의 장소라면 이곳이 아닐까 싶다.

  기왕 장소를 소개한 김에, 혹시 이번 파리 여행 중에 그런 장소를 하나 발견한다면, 파리를 온전히 즐긴 후에 이 글을 공개할 시점에 떠오르는 한 곳을 소개하겠다. 없으면 말고.


2022년 7월 18일 월요일, The Westin Excelsior Florence 루프탑 바 SESTO on Arno에서.

아직 끝 아님.



  최근 파리에서 매우 뜨거운 현대미술관이 하나 있다. Pinault Collection이 운영하는 Bourse de commerce다. 과거 증권거래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공간인데, 건물 자체도 매우 매력적이고, 현재 전시 중인 작품도 매우 훌륭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Pinault Collection이 운영하는 미술관들이 왜 그 도시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소문이 나는지 알겠더라. 앞으로 파리로 여행 가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추천할 만한 공간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아 좋다.


  이미 유명한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나 소개는 다른 글을 통해 할 기회가 있길 바라며, 조금은 나만 아는 비밀스러운 장소를 소개할까 한다. 바로 Halle aux grains다. 



  Bourse de Commerce 건물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둘러보고 가면서도 정작 레스토랑의 존재는 모르는 듯하다. 


  과거에 Louis Vuitton Foundation을 방문했을 때, 전시를 관람한 후 입점되어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경험이 매우 좋아서(이 날의 경험도 언젠가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되면 종종 이런 일정을 만들어 봐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Bourse de Commerce 에도 레스토랑이 입점되어 있는 걸 보고 전시 관람일 점심시간을 예약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번 LV Foundation 때처럼,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전시에 더해 내가 머문 공간에 애정이 생기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레스토랑 공간은 물론, 음식까지 훌륭한 건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점심 코스 메뉴는 가성비도 매우 훌륭하다. 토마토를 이용한 전채요리, 잘 구워진 소고기 스테이크와 치즈가 더해진 매쉬드 포테이토가 메인 요리로 나오고, 디저트까지 구성된 3코스가 매우 좋다.

  모든 메뉴가 훌륭했지만 첫 번째 메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토마토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요리한 메뉴다(사진엔 없지만, 토마토 물도 준다). 전채요리로 식욕을 돋울 뿐 아니라 기대감과 만족감도 한껏 끓어 올린다. 솔직히 다른 메뉴들도 훌륭하지만 이 메뉴가 임팩트가 매우 커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간도 좋다. Bourse de Commerce의 제일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이 탁 트여 있어 좋다. Forum des Hall이 다 보이고. 테이블 간 간격도 적당하고, 식사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마주 볼 일이 없게 배치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 배열도 좋았다. 미술관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식기나 직원들의 복장, 서비스도 매우 훌륭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거나 다른 기타 등등의 이유로 사람에 치이지 않고 이 모든 걸 즐길 수 있다는 게 매우 매력적이었다. 평일 점심 때라 그렇지 저녁엔 예약이 쉽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더 유명해지기 전에, 여행을 떠났을 때, 회가 된다면 Pinault collection의 멋진 전시도 보고 Halle aux grains에서 미식도 즐기며 예술 같은 시간을 만끽해 보길 바란다. 


2022년 9월 20일 화요일, 서울 성수동 Scene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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