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친구들은 연돈을 도전할 예정이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오름에 올랐다 정리를 하고 떠날 계획이었다. 가서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걸 알기에 이른 아침에 깨워서 아침을 챙겼다. 먹고 가야 고생을 안 할 테니까. 토스트 한 식빵, 계란 프라이, 시리얼, 과일과 커피. 이른 아침 가볍게 먹기엔 충분한 메뉴였다. 덕분에 나도 바쁜 와중에 마지막 토스트와 커피를 챙겨 먹을 수 있었다. 꿀을 바른 토스트, 버터 토스트, 사과와 스크램블드 에그까지. 거창하지 않고 부족함 없이 적당한 마지막 아침식사였다.
친구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오름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다르게 다가온다. 매일 걸었던 길인데 말이다. 매일매일이 처음이나 마지막 같다면 삶이 참 풍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피곤한 삶이 될 것 같지만, 잠깐 동안은 그렇게 살아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여행을 가는 건가.
어도 오름 한 바퀴를 정성스레 돌았다. 한 달 동안 기분 좋게 걸을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고마운 곳.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산책로로 여기에 계속 있으면 좋겠다. 다음에 제주에 왔을 때, 지금의 한 달을 이야기하며 한 바퀴 둘러볼 수 있게.
짐 정리를 마치다 보니 친구들이 두고 간 물건들이 보여 급하게 연락을 했다. 일단 내가 가져갔다가 다음에 만나 돌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짐을 싸고 있는 중에 다시 연락이 왔다. 물건도 찾을 겸 공항에 데려다 줄 겸 집으로 올라온단다. 1시간 남짓한 거리라 거절하려 했으나 굳이 오겠단다.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단다. 고맙기도 하지.
공항에 출발하려고 마음먹었던 시간에 맞춰 친구가 집 앞에 도착했다. 늦장을 부린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짐 정리가 다 끝나질 않아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앞마당을 다 벗어났을 무렵, 잠시 가방을 내려놓고 돌아가 잠시 집을 쳐다봤다. 짧은 인사와 함께 한 달 동안 내 집이었던 돌담집을 떠났다.
공항으로 가는 길. 내일부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장 출근부터. 내가 만들었던 한 달 동안의 일상을 뒤로 한채 내게 주어진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곳으로. 이제는 그 일상도 조금 더 주도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제 다시 깨달았다.
언젠가, 다시 한번 그저 주어진 일상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다시 한번 떠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일상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