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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과 마케팅 2

손자의 작전편(作戰篇)으로 배우는 효율적 마케팅 예산 운용

by 모카파파

늦은 오후, 카페 구석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예산 문제로 고민했던 지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제한된 마케팅 예산으로 어떻게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수많은 방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명쾌한 해답은 잡히지 않았다. 그때 문득 손자병법의 ‘작전편(作戰篇)’이 떠올랐다. “전쟁은 돈과 자원을 소모하는 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주는 장(章)이다. 전쟁이 곧 비용과의 싸움이라면, 마케팅 예산 운용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을 테니까.


작전편(作戰篇)의 핵심: 속전속결과 자원 활용

손자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전속결자원 활용이라고 말한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군량미가 바닥나고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져, 결국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마케팅으로 치환해 보면, 불필요하게 예산을 오래 투입하거나 ROI가 떨어지는 채널에 돈을 계속 쏟아붓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 전략은 고객에게도, 브랜드에게도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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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캠페인을 단기전으로만 바라볼 순 없다. 하지만 ‘속전속결’이라는 개념은 “가장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주는 방법”을 고민하라는 뜻에 더 가깝다. 소비자에게 처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단계, 혹은 프로모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시점에서는 작은 예산으로도 폭발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채널에 집중 투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는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은 자원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 이후 브랜드 자산을 쌓아가도록 발판을 마련한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1. 최적 채널 선정:

손자가 “적의 자원을 빼앗아 우리 것을 아끼라”고 조언한 것처럼, 마케팅에서도 경쟁사가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틈새 채널을 공략해 보는 건 어떨까. 아직 포화되지 않은 SNS 플랫폼이나 특정 커뮤니티, 혹은 지역 행사와 연계하는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은 비용 대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2. 명확한 KPI 설정:

작전편에서 말하는 ‘신속한 결정’은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KPI(핵심 성과 지표)**가 분명해야 한다. 도달률, 전환율, ROAS 등 측정 기준을 미리 정해두고, 캠페인 중간중간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빠르게 조정한다. 이렇게 하면 ‘언제, 어디에 더 집중할지’ 판단이 수월해진다.

3. 데이터 기반 최적화:

손자는 전황을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와 정세를 살피라고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광고가 효율이 좋은지, 어떤 채널이 예상외의 잠재 고객을 많이 유입시키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예산 투입 비율을 유동적으로 바꿔나가면, ‘작전 편성’이 한층 탄탄해진다.


적의 자원을 활용하라?

작전편에는 “적의 양식을 먹는 것이 우리 양식을 열 배 아끼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마케팅에서는 경쟁사의 자원을 빌리는 방법이 조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경쟁사가 구축해 놓은 시장 인식이나 카테고리를 역이용해, 더 독특한 아이디어를 덧붙여 차별화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혹은 경쟁사가 놓치고 있는 고객군을 찾아 그들의 니즈에 맞춘 제품·서비스를 제안함으로써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다.


속전속결이 놓치기 쉬운 것

단, ‘속전속결’이란 말에 너무 집착해 캠페인 품질이나 고객 경험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빠른 실행과 동시에 브랜딩 요소를 놓치지 않고,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마치 전쟁에서 기습 성공 후, 점령 지역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할지 고민해야 하듯 말이다.


결론: 손자병법이 알려주는 예산 운용의 지혜

손자병법 ‘작전편’은 우리에게 “마케팅 예산과 시간도 유한한 자원”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불필요한 경쟁에 시간을 소모하기보다, 정확한 정보와 데이터 분석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느새 노을이 번진 창밖을 보며, 오늘도 우리는 예산 표 한쪽 귀퉁이에 메모를 남긴다. “속전속결을 노리되, 품질을 잃지 말 것. 경쟁의 빈틈을 파고들되, 내 자원을 최대한 아낄 것.” 바로 이것이 손자병법이 말하는 지혜의 요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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