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될 줄 알았는데 못 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입니다.
오늘 즈음의 나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건 정의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정말 모르겠어서일 수도 있다. 요즘은 굳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하지만 이 노선 조차도 영속적인 건 아닐 것이다. 오늘 내가 한 생각이 내일 또 바뀔 수도 있다. 내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이런 생각을 가져도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2014년, 고등학교 때 처음 접하고 군 생활 중 구체화하여 실질적으로 5년 넘게 꿈꾸고 준비해오던 스포츠마케터가 되었다.
상경계 출신이라 주변에서 많이들 의아해했다. 솔직히 내 적성과 맞을지도 자신 없었다. 하지만 난 닥치고 내 길을 걸어서 운 좋게 스포츠 브랜드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이었고, 3년도 못 버티고 때려치웠다. 번아웃 그 자체였던 당시의 나의 소망은 단 하나. '내가 좋아하는 거 말고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래야 먹고 살 수 있겠다'
숫자와 글자를 모두 좋아하는 내 적성 하나만 믿고 빅데이터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제 6년 차까지 미끄러져 왔다. 솔직히 처음엔 나이 30 넘어도 조금만 공부하면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될 줄 알았는데, 상술에 속아 넘어간 것 같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 5-6년의 시간은 내 자신과 적당히 타협하며 진짜 나를 알아가고, 정말 소중한 것들을 우선순위에 올려두며 이른바 '선반 정리' 를 하는 시간이었다. 아, 그런데 마구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공부 좀 하려다 연애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느라 초심 잃고 핑계대는 사람의 찌질한 이야기다.
찌질하지만 그 누구보다 소소하게 행복하고 만족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렇게 꿈을 포기한 사람의 이야기가 찌질해보여도 잃을 게 없어 솔직은 할 거다. (기대했던 바와 달라 도움은 안 될 수도 있다.)
이 공간의 정체는, 이상과 현실에서 접점을 찾은 사람의 인생 쇼부 썰을 풀기 위함이었다.
공식 명함에서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Business Data Analyst, BA)로 날 부른다. 나는 나를 '중생' 이라고 부른다. 어떻게든 생존해야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의 분투기일 뿐이다. 중생이다. 수단이 BA일 뿐이지 결국 난 중생이다. 행복한 중생.
여기서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향을 맡을 생각은 하지 마시라. 저 놈 되게 게으르고 소박해 보이는데 이상하게 행복한 향이 나서 킹받아 가신다면 만족한다. 이게 가장 나다운 것이고 내가 나다워야 삶을 재미있고 매력적으로 칠해갈 수 있다고, 내가 내 자신에게 돌진하면서 얻어낸 작지만 소중한 보석같은 교훈이다.
Frankly speaking,
대한민국의 유부남은 공부할 시간(과 술 마실 시간)은 부족하지만 강하다.
그렇게 난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