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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힘겨운 외출

3) 인도 생활

by 이목화

정말 운이 좋게도 다리 다치기 2주쯤 전에

청소해주시는 분을 고용했다.

주 1회 4시간 청소, 월 5만원.

사실 돈이 좀 아까워서 안하려고 했는데

몬순기간에 테라스가 더러워지면 물난리가 날 수 있다는

현지인 친구의 말을 듣고 바로 고용했다.

그 덕분에 다리가 다치고도 우리 집은 나름 깔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이 집과 나의 모든 상황이

내가 다치기 전부터 나도 모르는 새에

다쳐도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것도 정신승리인가...?

청소도 됬고, 새로 바뀐 드라이버도 좋았고,

(인도에서 직접 운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침 집에서 요리 해먹기에 흥미가 생겼고

보고싶던 드라마 영화도 제법 많이 찜해두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집엔 바퀴달린 의자와

내가 앉아서 샤워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었다.

정신승리 맞는거같긴 하다.


청소하는 날은 4시간이나 집안 곳곳을 청소하기 때문에

집에있기 조금 불편하다.

안방 먼저 청소해달라 하고 그 안에 들어가있으면 되지만

그래도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라 그런가

나이 좀 드신분이 혼자 청소를 하고 계신 모습을 보노라면

어쩐지 자리가 불편하고 가만히 있기 미안하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오후는 외출하는 날로 정했다.

일주일에 한번, 많으면 두번 외출하는데 그 중 한번이다.

큰맘먹고 처음으로 이 다리를 이끌고

근처의 대형 몰을 가보기로 했다.

인도의 대형 몰은 꽤 좋다. 한국과 비슷하다.

스벅, 팀홀튼, 유니클로 자라 뭐 이런 것들 다 있고

음식점도 충분하며 무엇보다, 시원하다.

자리만 잘 잡으면 몇시간이고 있을 수 있으니까

하고 가 봤다.


기사에게 구글맵 링크를 보내주면 데려다 준다.

전에 갔던 그쯤에서 내리면 되겠지 싶어 그곳에 갔는데

내리고 보니...어라

생각보다 입구와 멀었다.

까짓거 좀 가면 되겠지 하고 가는데

내가 생각한 목적지는 길도 건너야 하고, 10분정도 걸어야 했다.

여느 동남아가 그렇듯, 여기도 신호등, 횡단보도가 없다.

(사실 있는데 잘 안지켜진다)

길을 건너려고 보니 길 중간에 화단이 있다.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이 다리로는 거길 뛰어넘을 수가 없다.

결국 삥 돌아서 뚫려있는 길로 가는데

이미 거기까지만 해도 땀 범벅이 되었다.

이곳 온도는 40도를 넘기때문에...체감온도는 45도 이상.

그리고 목벌을 짚고 이동했기 때문에

헬스장식 표현으로 팔과 가슴, 등 근육이 털렸다.

겨우 입구를 찾아 들어갔고, 겨우 시원해졌다.


다행이 입구가 식당가와 가까워

털린 근육들을 쉬게 해주었다.

메뉴고 뭐고 그냥 바로 앞 식당에 앉았다.

이윽고 땀은 식었고,

인도 음식 레스토랑이었지만 여느곳과 마찬가지로

중식, 이탈리안, 인디안 등 모든 음식을 판다.

여기소 얻운 오늘의 또다른 교훈은

인도음식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시키지 말자.

세상 밍밍한 크림파스타를 먹고

내가 이거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며 돌아 나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카페에선 한국식 빵을 파는데

거기서 먹은 단팥빵이 너무 맛있었다는 것이다.

힘듦도, 실망감도 모두 사라지고 단팥빵에 취했다.

세상 소박한 인간 아닌가.


대략 집 청소가 마무리 될때까지 있으려 했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바로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나마의 수확은 쇼핑몰 입구 위치를 확실히 파악햤다는 것.

다음부턴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첨언하자면 인도 쇼핑몰은 건물 서너개가 연결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굉장히 크고 구조 파악이 힘들다.)

집에 도착하고 다시 침대에 누우니

아 담부턴 그냥 눈치보여도 집에 있어야겠다 싶다.

아니면 확실한 목적지를 잡고 가야겠다.

이 날 이후로 외출은 계획적으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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