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얘기 1)
전에 아내에게 말한 적 있습니다.
나는 감정을 한 번에 다 느끼지 않는 것 같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당장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아.
전체 감정이 1이라고 하면
나는 0.4 정도 그 감정을 느낀 후에
그다음 주쯤 0.1
그다음 달쯤 0.1
이렇게 조금씩 느끼면서
몇 달 후, 몇 년 후에도 그 감정을 여전히 기억하는 것 같아.
이건 사실 변명처럼 했던 말이었습니다.
연애할 때부터 표현이 서툴렀던 제게
아내는 항상 물었거든요.
나 이렇게 갑자기 만나니까 좋지 않아?
우리 여행 가니까 설레지 않아?
긴장되지 않아?
당연히 좋지.
당연히 기대되지.
그럼. 좀 긴장되지
이렇게 얘기하고 또 얘기하다
결혼하고 나서 저렇게 정리해 봤답니다.
참 신기한 게 저는 정말
감정이 슬며시 배어가듯
서서히 곱씹으면서 감정을 느낍니다.
그때의 기쁨, 그때의 슬픔, 그때의 긴장감, 그때의 성취감
그래서 그렇게 옛날 일을 떠올리며
그때의 감정을 자주 떠올려 보곤 하는데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데이트하면서 이런저런 얘기할 때
결혼할 때, 신혼생활,
함께 기뻐할 때, 좌절할 때
아기를 가졌을 때, 태어났을 때
모든 기억을 지금도 곱씹고 그때의 감정을 되새깁니다.
이런 성향의 안 좋은 점은
지금처럼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 아쉬움, 애틋함 등등
이런 감정들이 끝없이, 생생하게 밀려온 다는 점입니다.
매일 연락하고 매일 통화하는데도
너무 보고 싶고,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많은 짐을 넘기고 온 것 같아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사실 이 글을 가끔이나마 쓰기 시작한 이유는
인도에서의 생활이라던가 경험, 느낀 점 등을
다양하게 남겨보고 싶어서였는데
글을 쓰려고 생각을 정리할 때면
혼자 좋았던 기억들보다
가족과 떨어져 있음에서 오는 그런 생각들이
뇌를 지배해 버리네요.
좋은 경험과 기억도 참 많습니다.
단지 글로 옮기기엔
너무 큰 과거의 감정들이
아직도 진하게 저를 덮어버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