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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28. 2016

정동진을 가다

학생들을 위한 사소한 일

  작년부터 학생들과 정동진으로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한 약속을 이제서야 지키게 되었습니다.날짜를 막상 잡고 보니 그리 좋은 날은 아니었습니다.시험이 임박하고, 체험학습이 예정되어 있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그래도 비오는 날의 해변은 많은 추억들을 안기게 되는 것을 알기에 그냥 밀어붙였습니다.시간이 촉박하여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저 뿐만 아니라 학교가 자그맣게 바빴습니다.
 
  출발하는 날 어김없이 오후부터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오전내내 창밖을 보면서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랬지만, 저의 기대는 무너져내렸습니다.학교에서 22시 10분경 제천으로 가는 막차를 학생들과 탔습니다.제천역에는 학교선생님 한분이 비맞고 기다렸다가 우리들에게 간식거리를 사주시고 이내 총총걸음으로 바삐 떠나셨습니다.


  우리는 00시 18분 정동진행 기차를 탔습니다.역에서 꽤 지루한 시간이 흘렀지만 흥분되는 학생들을 보면서 또 한편 이 사고뭉치 학생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시간은 쉬이 흘러갔습니다.기차에 타는 순간 학생들은 열차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잠을 청하는 등 다양하게 정동진까지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아침을 향해 달리는 기차 밖으로 굵었던 빗방울이 제법 잦아들고 있을 쯤에 정동진에 도착했습니다.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동해안의 바다가 이제는 파도소리와 함께 확연히 보였습니다.약간의 폭죽을 사들고 정동진 해변에 나갔습니다.학생들과 함께 즐겨운 폭죽놀이를 즐겼고, 1박2일에서 했었던 복불복 게임을 즐기면서 아직 아침이 밝아오지 않은 해변을 떠들썩하게 놀았습니다.


  비는 멎었지만 구름은 잔득끼고 바람은 꽤 불어 일출을 볼 수는없었습니다.무작정 해변을 걸으면서 모래시계 공원을 거닐었습니다.그리고 조각공원에 갔습니다. 비록 입장료가 과다하게 비싸 우리는 돌아설 수 밖에 없었고, 아이들은 저를 원망하는 소리가 하늘을 찔렀지만 이것이 추억이 된다는 것을 먼훗날 알게 될 것입니다. 아침이 이제 밝았고 우린 아침을 먹으러 들어갔습니다.모두들 새벽에 여기까지 오느라 피곤했는지 식당에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이내 식당 바닥에 누워 단체로 단잠을 청했습니다. 돌아가는 기차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추위에 언 몸을 조금이나마 녹이고 있을 쯤 학생들은 좀이 쑤시는지 자꾸만 밖으로 나돌아 다녀 할 수 없이 그냥 저도 식당밖을 나왔습니다.이제서야 비로소 몹시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해변을 거닐면서 조개껍질도 줍고, 파도를 따라 장난치면서 물에 빠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동진 간이역에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또다시 단잠을 청했고 기차안에서도 단잠을 청했습니다.돌아오는 길은 날씨가 너무도 맑았습니다.피곤했지만 또 기차 여행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온 신경이 곤두서는 체험학습을 계획해야 하는 교사...그곳에 즐거움과 보람이 교차하는 무박2일의 여행이었습니다.

                                                           -20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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