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07. 2017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날이 올까?

진학지도를 둘러싼 이야기

아침에 갑자기 걸려온 전화 -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일상적인 어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평범한 우리 반 아이의 아버지께서 교무실에 오셨다가 복잡한 모습을 보고 돌아섰으며, 잠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서둘러 내려 가니 깔끔하게 차려입으신 인상좋으신 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찾아온 사연들을 들었습니다.


어제 제가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학생 한명에게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 상담을 다 끝내놓은 상태에서 약속을 뒤집은 것에 대한 것과 함께 학생의 고집대로 하면 정말이지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속상함, 그리고 학생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의 감정들이 섞면서 순간 화를 냈었습니다.


아마 그 문제로 오신 듯 했는데, 학부모는 절대 그런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고 어제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냈습니다.


새벽 3시까지 상담했던 이야기, 펑펑 울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이야기, 3년동안 고등학생으로 살아오면서 바르게 살아온 댓가에 대한 아쉬운 이야기, 가슴에서 울어나는 진심어린 마음을 아버지에게 토로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아버지로서의 안타까운 마음, 가슴 아픈 마음으로 담임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제 일을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화를 내서 너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했다고 사과했고, 학생도 일정 부분 수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진로이야기를 잘 끝내고 돌려보냈는데, 아마 이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 속상했던 모양입니다.


아버지에게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각종 자료들을 보여주며 일단 학생의 정확한 능력을 확인시켰고, 아버지도 수긍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식이 정말 에프엠대로 살아왔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말을 하면서, 결국은 담임으로써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정말 어렵사리 오랜 상담의 끝에 털어놓으셨습니다.   


내가 받았던 부모의 마음을, 이 학생의 아버지를 통해 오랜만에 느껴보는 하루였습니다. -2012.9


오늘 저녁에 고입 진학 문제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별스럽지는 않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이란 사랑과 배려 그리고 미안함이다.

2016. 12.

매거진의 이전글 정동진을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